한국일보

뜨는 중국인 파워

2000-07-0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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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가주 샌시미온에 있는 허스트 캐슬의 본명은 ‘마법의 언덕’(La Cuesta Encantada)이다. 윌리엄 허스트가 25년간 심혈을 기울여 지은 이 저택은 그 내부의 화려함이나 규모의 웅장함에 있어 중세의 성채를 방불케 한다.
조셉 퓰리처와 함께 미국의 대표적인 언론 재벌인 허스트로 하여금 이같은 집을 짓게 해준 신문이 바로 샌프란시스코 이그재미너다. 1887년 24살 때 도산 직전의 위기에 놓인 이 신문 경영권을 장악한 허스트는 유능한 칼럼니스트를 발굴, 이그재미너를 그 지역 1등 신문으로 키워놨다. 이를 발판으로 뉴욕, 시카고, LA등 미국 전역에 허스트 신문 네트웍을 구축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허스트는 또 ‘황화론’(Yellow Peril)을 주창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아시안이 미국에 발을 들여 놓으면 나라가 망한다며 꼭꼭 빗장을 걸어 잠가야 한다고 앞장서 외쳤다. 바로 그 이그재미너지가 최근 중국계 이민자에게 팔렸다. 중국 커뮤니티 신문 체인 소유주인 팡씨 일가를 대표하는 플로렌스 팡과 이그재미너 발행인 팀 화이트는 다이앤 파인스타인 연방 상원의원이 배석한 자리에서 이 신문을 팡씨 일가에 넘겨 준다는데 합의했다. 아직 독점금지법 위배 여부에 대한 판결을 남겨 두고는 있으나 연방상원 법사위원 중진인 파인스타인이 다리를 놨다는 점을 감안하면 별 문제는 없을 전망이다.

어째서 허스트가 이 신문을 거져 주다시피 남에게 떠맡겼는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그러나 1960년 대만에서 무일푼으로 미국에 와 커뮤니티 무가지 발행인에서 출발한 팡씨 일가가 미 주요 신문 주인이 됐다는 것은 ‘사건’임에 분명하다.

팡씨 일가 스토리는 급속히 뜨고 있는 미국내 중국인 파워의 단면에 불과하다. 대만, 홍콩, 중국 본토등 각지에서 해마다 10만명 이상의 중국인이 합법적으로 이민오고 있다. 이들은 어느 이민자 그룹보다 돈도 많고 교육수준도 높다. 남가주만 해도 다운타운에서 몬트레이팍을 거쳐 다이아몬드바에 이르기까지 광활한 지역에 느느니 중국 간판이요 중국 비즈니스다. 실리콘 밸리에서도 중국인들은 소수계중에서 가장 눈부신 활약을 하고 있으며 뉴욕의 대표적 소수계 집중 거주지역이던 ‘리틀 이탈리’는 차이나타운 인근에 자리잡았다는 불운 때문에 중국인들에 의해 흡수통합되고 말았다. 중국의 부상과 때맞춰 미국내 중국인 세력의 팽창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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