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장애인들과 함께 사는 이유

2000-07-0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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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미하<장애인 귀금속 배움터 대표>

나는 미국 땅을 밟은 지 15개월 되는 이민 초년생이며 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한지는 6개월이 되었다. 한국에서 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한 것은 17년 그리고 보면 약 18년간 장애인들과 생활한 셈이 된다.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처음 만나는 사람과 상견례를 할 때 대다수 사람들이 직업과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묻는다. 그럴 때마다 장애인들에게 귀금속 세공을 가르치고 있다고 하면 “좋은 일을 한다” “장애인들을 위한 어려운 일을 한다”고 칭찬과 격려들을 한다.

그럴 때마다 나 자신 송구스럽고 부끄럽게 생각한다. 왜냐하면 나는 장애인들을 돕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 도움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육체적으로 물질적으로 도움을 주지만 정신적으로 주고 베푸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장애인들로부터 받고 있다.


나는 간질환을 17년째 앓고 있으며 외모에 대한 열등감으로 사춘기 시절 어렵고 힘들게 보냈다. 나는 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장애인들의 삶과 나의 삶을 비교하는 버릇이 생겼다. 나는 17년전 처음 의사로부터 간질환 판정을 통보 받고 왜 내가 간질환을 앓아야 하는지 원망과 실의에 찬 생활을 하였으나 장애인들과 더불어 살면서 용기와 희망을 갖게 되었다.

지구상의 모든 장애인들은 본인의 뜻과 다르게 선천적인 장애나 후천적인 중도 장애를 갖게 되었다. 일반인의 삶이 고달프고 어렵다 하여도 장애인들의 삶과 비교가 될 수 있겠는가. 나는 18년간 장애인들과 생활하면서 많은 장애인들과 상담을 하였으며 장애인들이 사춘기와 결혼 적령기에는 겪는 이성에 대한 욕구와 고민 그리고 중도 장애인들이 장애로 인하여 가정이 파탄되고 부부가 헤어진 것을 보았다.

나 자신과 나의 가정에 어려움이 생기고 힘들 때마다 장애인들의 삶과 비교하여 보면 나는 항상 행복한 사람이며 간질환으로 지금 죽는다하여도 장애인들보다는 행복한 삶을 살다가 죽지 않느냐는 생각으로 오늘도 기쁜 마음으로 생활하고 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사람중 실의에 차고 자기 연민에 빠져 이 세상에서 나는 가장 불행한 사람이라고 생각되는 분이 계시면 가까운 장애인 시설이나 단체에 가서 봉사하면 새로운 세상이 보일 것이다.

몸이 비록 불편하지만 일반 사람들과의 경쟁에서 뒤떨어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지체장애인, 평생 욕심 없이 어린아이 마음으로 살아가는 정신 지체인, 게으르고, 나태한 사람들의 본보기가 되는 뇌성마비 장애인과 함께 생활하여 보면 새로운 인생 문이 열릴 것이다. 우리 모두가 예비 장애인들이라는 생각으로 주위의 장애인들에게 관심을 가져 주고 그 가족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주기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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