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야생마’의 꿈

2000-07-0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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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 김동우 <스포츠 차장대우>

’야생마’ 이상훈(29·보스턴 레드삭스)이 지난달 29일 메이저리그에 데뷔, 박찬호(LA 다저스)와 조진호(레드삭스), 김병현(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이어 4번째 한인 메이저리거가 됐다. 1일 다시 마이너리그로 내려가 잠시동안의 나들이로 그쳤지만 어쨌든 그로서는 일생의 꿈을 달성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꿈을 이룬 이상훈에게 메이저 입성의 감격은 다른 3명에 비해서 더욱 각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먼저 메이저리그에 섰던 박찬호등과는 달리 이상훈은 한국 프로야구를 거친 선수다. 지난 95년 LG 트윈스에서 20승, 97년에는 37세이브를 따내며 한국프로야구 최고의 좌완투수로 명성을 날렸다. 하지만 화려한 한국경력에 비해 미 진출길은 너무도 험난한 여정이었다.

이상훈은 지난 98년 1월 LG와 레드삭스의 선수임대형식으로 메이저리그에 올 예정이었으나 입단식 며칠전 절차상의 문제점을 든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불허로 입단이 좌절됐다. 직접 미국에 와 두차례 개인 워크아웃까지 하며 메이저진출을 추진했으나 역시 불발로 끝났고 2년간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스에서 임대선수로 뛰어야 했다.


일본생활 2년을 마치고 자유계약권을 얻은 이상훈은 상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재계약 기회를 미련없이 차버리고 3년만에 결국 레드삭스에 입단했다. 한번 결심하면 하늘이 두쪽나도 끝까지 해내고 마는 이상훈의 고집을 읽을 수 있다.

메이저리그의 어려움은 누구보다도 이상훈 자신이 잘 안다. 하지만 그의 목적은 다른데 있다. 2년전 그가 미국에 왔을 때 만나서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그는 이런 말을 했다. "단순히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것만이 아니라 원하는데로 자유롭게 야구를 할 수 있는 권리를 얻겠다. 자유를 위해서는 마이너리그행도 달게 감수하겠고 설사 영원히 메이저리그에 올라오지 못한다고 해도 괜찮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꿈을 이뤘다. 마침내 자유를 얻은 ‘야생마’ 이상훈. 그가 메이저리그 무대를 마음껏 누비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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