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북한 비자 어디서 얻죠?

2000-06-3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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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에 북한 TV가 상륙할 모양이다(본보 29일자 보도).
북한 TV에서 인민배우인 홍영희와 오미란이 선보이고, 북한영화 ‘꽃파는 처녀’와 ‘도라지 꽃’이 상영되고, ‘휘파람’의 인기가수 전혜영이 노래를 부른다면 과연 어느 정도 인기가 있을까 궁금해진다.

사실 이민 1세들은 6.25를 겪은 사람이 많고 반공교육을 받아온 세대라 북한문화에 쉽게 동조하지 않겠지만 1.5세나 2세들은 선입견을 갖고 있지 않아 친북으로 흐를 수도 있는 문제다. 이렇게 되면 ‘한 지붕에 세나라’가 성립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아버지는 남한파, 아들은 친북파, 딸은 남한도 북한도 모두 싫어하는 순 미국파가 가능해진다. 이같은 사실은 재일 동포사회가 이미 겪은 현상이다. 아버지는 조선인민공화국을 지지하고, 아들은 대한민국에 동조하고, 딸은 완전히 일본인 행세를 하는 기형적인 가족이 많았다.

북한 TV가 상륙한다면 머지 않아 미주 한인사회에 북한계 신문도 등장할 것이다. 친북 인사들로 구성된 제2의 한인회도 탄생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한인사회가 남한파, 북한파로 갈라져 싸울 것이라는 걱정이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로 간주해도 좋을 것 같다. 미주 한인사회는 재일 동포 사회와 출발에서부터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북한 문화가 미주에 진출했다고 해서 하루 아침에 분위기가 이상해지는 일은 상상하기 힘들다. 조총련의 경우는 민족운동이 공산주의와 연결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특수한 현상이다. 조총련 세력이 피크를 이룬 1950년대 말에는 조총련계 학교가 일본 전국에 500여개나 되었고 학생수가 4만, 교사가 5,000여명에 이르렀었다. 거류민단계 학교는 11개 뿐이었으니 비교도 안된다. 지금은 조총련 세력이 줄어 들어 학생수가 1만5,000여명밖에 안되고 그나마 북한에 대한 인식이 희미해져 가고 있다. 북한이 북송사업에서 실패했기 때문이다.

북한 당국이 미주 한인사회에 대해 긴급히 취해야 할 조치가 하나 있다. 그것은 TV 상륙보다 더 시급한 것으로 ‘비자발급의 창구 일원화’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극적인 악수가 있은 후 한인사회에서는 방북 희망자가 줄을 잇고 있다. 일종의 붐이다.

그런데 북한 비자를 어디서, 어떻게 얻어야 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북한 유엔 대표부에 접촉해 봐도 그곳에서는 비자를 발급 않기 때문에 “북경이나 심양에 가 보라” 소리가 고작이다. 이 문제가 빨리 해결되지 않으면 북한 방문 알선 브로커가 날쳐 사기당하는 한인들이 늘어날 것이고 북한이 돈 받고 비자를 파는 인상을 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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