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총영사의 불호령

2000-06-2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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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행사 치르고 나면 잡음은 늘 있기 마련이지만 이번엔 좀 다른 것 같아요”

지난주말 한미문화교류재단·재향군인회 미서부지회 주최로 LA 총영사관저에서 열린‘6.25 50주년 기념행사’를 둘러싼 잡음이 며칠이 지나도록 가라앉지 않고있다. “‘누가 주최하느냐’로 처음부터 잡음이 많더니 결국은 말썽투성이 행사로 끝나고 말았다”고 타운의 한 인사는 말했다.‘말썽’‘잡음’의 내용은 이렇다.

“참전용사들 공을 기리려고 모였다면서 주최단체들이 줄줄이 감사패를 받는 건 무슨 경우냐”“3개 여성단체가 봉사했는 데 감사패는 왜 한 단체에만 주느냐”“참전미군중 어떤 군 소속은 중령출신도 내빈석에 앉고 어느 군은 예비역장성도 뒷전에 앉으니 뭐가 뭔지…”


입장에 따라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그만해도‘우리끼리 나중에 차분히 따질 수 있는 사안들’이다. 문제는 참전미군과 가족들이 행사장에서 목격한 어떤 해프닝. ‘엎질러진 물’이어서 손을 쓸수도 없는 문제다.

발단은 행사전반의 준비부족이었다. 예를 들면 행사 안내석. 손님들이 도착하면서 방명록을 쓰고 이름표를 다는 데“이름표 준비가 제대로 안돼 손님들은 한 블록을 넘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방명록은 어떻게 겨우 한개를 준비했는지…”처음부터 혼란은 예견되었다.

그래도 그럭저럭 행사가 진행되었는 데 결정적으로‘준비부족’이 드러난 것은 식사시간이었다. 음식이 너무 적게 마련돼 손님들 절반은 빈접시를 들고 서있거나 서둘러 떠나는 일이 벌어졌다. 예상치못한 사태에 행사장의 호스트인 김명배총영사가 당황한 것은 당연한 일. 음식준비를 맡았던 여성단체 대표들에게 불호령이 떨어졌다.

“총영사가 화를 낼만도 했어요. 행사를 위해 영사관측이 1만달러나 지원을 했거든요. 그런데 음식이 부실해 손님들 앞에서 얼굴이 서지 않게 되었으니 화가 안나겠어요?”

모두가 동의하는 바다. 그런데 총영사가‘어떻게’화를 냈는냐에 대해서는 이견들이 있다.
“김총영사에게 그런 면이 있었나 깜짝 놀랐어요. 평소 점잖고 예의 바르던 인상과는 영 딴판이더군요”

서있기만 해도 더웠던 그날, 땡볕에서 한복까지 차려입고 봉사하던 여성단체 회원들에게 김총영사가 책임을 물었는 데 “젓가락으로 테이블을 마구 두들기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데 외국손님들 보기 민망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한다.

“보다 못한 미군 예비역장성 한분이 ‘레이디에게 그렇게 할 수 있느냐, 참으라’고 달래더군요. 그 자리에 있던 미국인 부인들이 특히 쇼크를 받은 것 같았어요”

이번 행사의 미비한 점을 다음 행사의 거울로 삼는다면‘잡음’도 약이 된다. 커뮤니티 단체들이 숙고해볼 일이다. 반면 “총영사가 자기자리를 총독으로 착각하고 있는것 아니냐. 미국분위기를 너무 모른다”는 참석자들의 느낌에 대해서는 총영사도 생각해보아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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