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여년간 하루도 쉬지않고 14시간씩 일했는데”
▶ LA 타임스, 이영자씨 안타까운 사연 소개
두 달 전 롱비치에서 오랜 기간 리커스토어를 운영해오던 한인 여성이 흑인 괴한으로부터 칼에 찔려 전신이 마비되고 목소리를 잃었다는 충격적인 사연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롱비치에서 리커스토어를 운영하던 한인 여성 이영자(65)씨가 남편과 함께 은퇴를 앞두고 지난 1월 30일 흑인 괴한의 습격으로 칼에 찔려 전신마비가 되고, 말을 할 수 없게 되는 끔찍한 피해를 입은 사연을 5일 LA타임스는 조명했다.
현장에 있던 감시카메라에 포착된 범인은 6피트 가량의 키가 큰 흑인 남성으로, 당시 빨간색 아디다스 운동복 상의를 입고 있었다. 그는 가게로 들어와 이씨에게 다가갔고, 이씨가 두려움에 두 손을 들었지만, 몇 번의 오고가는 대화 끝에 남성은 그녀의 목덜미를 칼로 찌르고 현장에서 달아났다.
치명적인 공격을 당한 이 씨는 척수에 손상을 입어 목 밑으로 전신이 마비됐고,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게 됐다. 현재 이씨는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한 상황으로 그녀의 가족이 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메디칼에 지원하는 것이다.
이씨의 외동딸인 엘린 씨는 “나는 엄마의 유일한 딸이고, 엄마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다”며 “이제는 더 이상 엄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고, 입술모양을 읽어야 한다는 사실이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프다”라고 애통한 심정을 전했다.
딸 엘린 씨에 따르면 이씨는 수십 년간 하루를 14시간처럼 쓰며, 휴가도, 쉬는 날도 없이 고되게 살아왔고, 최근에 들어서야 남편과 함께 리커스토어를 매입할 사람을 찾았다고 한다. 하지만 리커스토어 매입을 위한 서류를 기다리던 도중 부부에게 이 같은 끔찍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지난 2000년 미국에 건너온 이씨와 그녀의 가족은 라푸엔테 지역에서 영화 대여 가게를 운영하며 밥벌이를 시작했다.
하지만 온라인 스트리밍 시장이 점차 커지자 그들은 가게 문을 닫고, 롱비치로 지역을 옮겨 프랭크스 리커스토어(Frank’s Liquor)를 차렸다. 이후 이씨는 가게의 주요 손님 층인 흑인과 히스패닉 계열 손님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으며 그들과 돈독한 관계를 맺어갔고, 가끔 이씨는 저녁에 김치찌개를 끓여 이웃에게 나눠주기도 하며 따뜻한 온정을 나눠왔다고 한다.
사건에 대한 소식을 접한 가게의 단골손님들은 가게로 달려오기도 했고, 한 손님은 고펀드미 페이지를 개설해 이씨와 가족을 위해 1만달러가량의 모금액을 모아 발벗고나서 도왔다.
특히 올해는 흑인과 한인들 사이에서 벌어진 갈등인 LA 폭동 30주년을 맞이하는 해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거세진 아시안 대상 증오 및 증오범죄와 맞물려 이 같은 처참한 사건이 겹쳐져 보이기도 한다고 신문은 분석 보도했다.
엘린 씨는 이번 사건이 LA 폭동과 관련된 인종간의 갈등의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전하며 “이번 일을 계기로 커뮤니티가 이 사건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려하고, 우리를 지지해 주는 모습을 보았다”며 감사함을 표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안 대상 증오범죄가 급증한 현실은 부정할 수 없으며 한인 등 아시안들은 더욱 이에 목소리를 높여 맞서싸워야 한다”라는 주장을 덧붙였다.
한편, 경찰은 수사를 진행 중에 있지만 사건 발생 한 달 후에도 용의자를 체포하지 못했고, 흑인 남성 용의자의 사진을 지난 4일이 되서야 공개했다. 롱비치 경찰국은 “해당 사건은 다른 사건들과 같은 절차를 거쳐 수사 중에 있다”며 “모든 피해자들은 동등하게 여겨져야 하기 때문에 특정한 사건을 더 우선순위로 해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엘린 씨는 경찰국에서는 살인사건이 아닌 사건들이 낮은 우선순위인 것을 알지만 경찰의 더딘 수사 현황에 불만을 제기했다.
그녀에 따르면 현재 경찰 측은 이씨의 부상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으며, 사건 발생 이후 현장에서 감시카메라 영상을 확보한 이후에 경찰은 한번도 가족에게 연락한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씨를 후원하고 싶다면 고펀드미 사이트에서 모금에 참여할 수 있다.
고펀드미 사이트: www.gofundme.com/f/help-mama-help-yongj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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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