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블 벨트’ 속해 주민 90%가 크리스천
▶ 보수적 성향 강해 일요일엔 주류 안 팔아
※ 광복 70돌 특별 기획
【제4편 남부 테네시주의 한인사회】
③‘컨트리 뮤직’의 수도 내쉬빌
테네시주 내쉬빌(Nashville)은 미국인들에게 ‘컨트리 뮤직’의 수도로 잘 알려진도시다. 차를 몰고 도시를 한 바퀴 돌아보면 탄성이 절로 나오는 곳이 내쉬빌이다. 세인트루이스에서 차로 5시간을 내달려 ‘남부의 친절함’(Southern Hospitality)을 실천하는 내쉬빌에 도착했다. 내쉬빌에서도 한인들은 근면 성실한 삶을 살며 ‘아메리칸 드림’을 목표로 힘차게 전진하고 있었다.
■ 한인인구 8,000명, 인심 ‘짱’
내쉬빌에 도착하면서 크게 놀랐다.
LA로 돌아왔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시내와 주변 프리웨이는 자동차들로 북적댔고 도시 전체는 활기가 넘쳤다. 개신교 근본주의가 득세하는 ‘바이블 벨트’ (Bible Belt)의 일환답게 두 세 블락마다 으리으리하게 지어진 교회가 자리 잡고 있었다.
내쉬빌에서 가장 먼저 만난 사람은 다름 아닌 김용근(56) 내쉬빌 한인회장. 다운타운에서 약 20분 정도 떨어진 곳에서 ‘헤어월드’ (Hair World)라는 이름의 뷰티서플라이 스토어를 운영한다.
김 회장 부부와 내쉬빌에서의 생활을 주제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던 중 젊은 한인 남녀가 업소 안으로 들어와 김 회장에게 인사를 건넸다. 장태호(40) 변호사·백유미(37) 교수 부부였다. 김 회장 등에 따르면 열심히믿는 사람이 많아서 이곳 한인들의 인심은 미국에서 으뜸이다.
지난 2010년 5월1~3일 100년만의 폭우가 내쉬빌을 강타해 도시 일부가 물에 잠기는 대재앙이 발생, 다운타운에 위치한 한인업소 중 세탁소, 음식점 등이 지붕까지 물이 차오르는 피해를 입었지만 한인사회 전체가 한마음 한뜻으로 똘똘 뭉쳐 피해를 당한 한인들에게 도움을 손길을 제공했다. 당시 이틀 동안 무려 15인치의 비가 내리면서 한인 밀집지역인 내쉬빌 남쪽 프랭클린, 벨뷰, 매디슨 지역이 완전히 침수돼 10여개 가정이 집에 물이 차 긴급 피신하기도 했다고 김 회장은 전했다.
한인회 추산에 따르면 내쉬빌과 주변 지역에 거주하는 한인은 약 8,000명. 한인들은 뷰티 서플라이, 세탁소, 식당, 편의점, 주유소 등 다양한 업종에 종사하며 미국에서도 알아주는 명문사학인 밴더빌트(Vanderbilt)대학이 다운타운에 위치하고 있어 한인 교환교수, 연구원, 대학원 및 학부생도 100여명에 달한다.
내쉬빌은 미국 내에서 개신교세가 가장 강한 지역 중 하나다. 거주민의90% 이상이 크리스천이며 대부분 업소가 일요일에는 주류를 판매하지 않는다. 내쉬빌에서 ‘J&Hills’라는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는 장태호 변호사는 “LA 등 대도시보다 물가가 싸고 주민들은 매우 보수적이며 학군도 좋은 편”이라며 “내쉬빌 인구가 매일 200명씩 늘어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타주에서 이곳으로 이주하고 있다고 로컬 TV 뉴스가 최근 보도했다”고 전했다.
장 변호사의 부인 백유미 테네시테크 음악이론·작곡과 교수는 “내쉬빌은 음악의 도시답게 뮤직 레코딩스튜디오를 설치한 가정이 많다”며 “음악계 스타를 꿈꾸며 무작정 내쉬빌로 오는 젊은 뮤지션들이 곳곳에 넘쳐난다”고 말했다.
한인회도 규모는 작지만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제24대 한인회를 이끌고 있는 김 회장은 “6.25 참전용사들을 위한 만찬, 한인회장배 골프대회, 동포들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애틀랜타 총영사관 순회영사 업무 지원,설날맞이 한인회 밤, 3.1절 기념행사등 연중 내내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작지만 강한 한인회, 동포사회를 위해 존재하는 한인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교회 역사 34년 “교인들 가족처럼 지내요” - 내쉬빌 한인장로교회
내쉬빌 다운타운에서 남쪽으로 약 15분가량 떨어진 한인 밀집지역 브렌트우드(Brentwood)에 위치한 ‘내쉬빌 한인장로교회’. 미국인들도 부러워할 만큼 큰 규모의 예배당에 들어서자 김윤민(43) 담임목사, 김영수·나연수·이미혜 장로, 김효덕 집사 등 교인 5명이 기자를 반갑게 맞았다.
나 장로는 “우리 교회는 34년 역사를 자랑하며 12년 전 현 성전을 지었다”며 “오랜만에 젊은 목사님이 담임으로 부임해 교회 전체에 활기가 넘친다”고 말했다. 이 교회는 230만달러를 들여 10여년 전 4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지금의 성전을 건립했다.
김 집사는 “지금도 길거리에서 한인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며 “그래도 시내에서 이따금씩 모르는 한인과 마주치면 10년 넘게 보지 못한 가족을 만난 것처럼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고 말했다.
교인들에 따르면 내쉬빌은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대도시보다 생활비가 적게 든다는 것. 30~40만달러면 3베드룸 하우스를 구입할 수 있다고 한다.
애틀란타 연합장로교회에서 부목사로 오랫동안 사역한 뒤 내쉬빌로 온 김 목사는 “우리 교회는 교인들이 가족처럼 지낸다”며 “내쉬빌로 이주하는 한인들이 거처를 마련하고, 직장을 구하거나 비즈니스를 시작할 수 있도록 교회 차원의 정착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 남부의 ‘아이비리그’서 한국인 두뇌 뽐내 - 밴더빌트대 이혜정·김혜영 교수
“여성도 의료계·과학계의 리더가 될 수 있어요. 저희를 꼭 지켜봐 주세요.”
밴더빌트 대학은 남부의 ‘아이비리그’라고 불리는 내쉬빌 소재 명문 사립대학이다.
해운업계의 재벌 코넬리우스 밴더빌트에 의해 1873년 설립됐고 학부에는 문리대, 공대, 블레어 음악대, 피바디 교육대 등 4개의 단과대학이 있다.
밴더빌트 캠퍼스에서 만난 이혜정 의대 소아과 연구교수, 김혜영 화학과 연구교수는 이구동성으로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명문인 밴더빌트에서 한국인의 우수한 두뇌를 뽐내고 있다고 생각하니 신바람이 난다”며 “밴더빌트에는 교수, 학부 및 대학원생, 유학생을 모두 포함해 100여명의 한인들이 몸담고 있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인천대 생물학과를 졸업한뒤 고려대에서 생화학 석·박사를, 김 교수는 고려대 화학과를 졸업한 후 밴더빌트에서 화학박사를 각각 취득했다. 이 교수는 ‘항암제의 수송에 관여하는 세포막 단백질의 약리학적 역할’, 김 교수는 ‘약물을 인체 내에 받아들이는 수용 단백질의 역할’에 대해 연구한다.
김 교수는 “아이들을 키우는 학부모로서 사교육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 만족스럽다”며 “새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취업하기가 어렵다는 점이 단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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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