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선출] 첫 미국인 교황, 트럼프 이민정책에 변수될까 [교황 선출] 첫 미국인 교황, 트럼프 이민정책에 변수될까](http://image.koreatimes.com/article/2025/05/09/20250509101410681.jpg)
레오 14세가 8일(현지시간) 선출 직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신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로이터]
미국 출신으로는 처음 교황으로 선출된 레오 14세가 과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민 정책에 비판적인 시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드러낸 것으로 파악되면서 세속 권력과 종교 권위의 최정점에 선 두 사람의 향후 관계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불법체류자 대대적 추방을 골자로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정책에 미국인 교황이 미칠 영향이 주목되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레오 14세가 교황으로 선출되기 전, 로버트 프레보스트라는 본명으로 운영한 것으로 보이는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담긴 게시물이 여러 건 올라왔다고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례로 가톨릭 신자인 J.D 밴스 부통령이 불법체류자의 추방 정책을 옹호하는 과정에서 성경 속 가족과 이웃에 대한 사랑이라는 개념을 언급한 것은 기독교 교리를 견강부회한 것이라는 주장을 담은 미국 가톨릭 매체의 기사가 레오 14세가 쓰던 것으로 보이는 SNS에 게재됐다.
SNS에서 드러난 이민정책 관련 교황의 입장은 그의 이력과 떼어 놓고 생각하기 어렵다.
어머니가 스페인계인 레오 14세는 페루 시민권까지 얻어가며 빈민가에서 20년간 목회 활동을 한 이력이 있다. 중남미 출신들이 트럼프 행정부 간판 정책인 불법체류자 추방의 주된 '타깃'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신임 교황의 이력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정책과 접점을 찾기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 단체인 가톨릭합법이민네트워크는 8일 레오 14세의 이력은 "그가 폭력을 피해 도주 중인 이민자들의 목소리와 필요를 우선시할 것임을 시사한다"며 새 교황이 이민자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 줄 것을 기대하기도 했다.
또 버지니아 커먼웰스대학의 가톨릭 연구자인 앤드류 체스넛은 9일 미국 매체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민 문제를 둘러싼 미국내 가톨릭 신자들 사이의 분열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의해 악화되어 왔는데, 이는 새 교황에게 도전이자 기회"라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초강경 이민정책에 대해 미국 내 가톨릭 신자 중 백인은 지지 성향이 강한 반면 히스패닉의 경우 지지하는 이들이 상대적으로 적은데, 이런 분열상이 이민자에 동정적인 미국 출신 새 교황에게 난제인 동시에,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새 교황은 이민자 권리를 분명하게 옹호해 왔으며, 그의 가족의 이민 이야기는 많은 미국 가톨릭 신자들을 문화적, 정치적 노선에 따라 분열시켜온 이슈를 건드린다"고 짚었다.
그러나 이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과 이민 문제에 대한 (대중의) 태도는 미국의 문화에 깊이 뿌리내린 것이기 때문에 교황이 가톨릭 차원을 넘어서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지난달 선종한 프란치스코 전 교황도 재임 중 이민 문제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했다.
프란치스코 전 교황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에 도전 중일 때 "다리를 만들지 않고 벽만 세우려고 하는 사람은 그 사람이 어디에 있건 간에 기독교인이 아니다"라며 비판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종교 지도자가 어떤 사람의 믿음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수치"라며 발끈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