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화학물질 대피 피해자들 “보험금도 못 받나”

2026-06-02 (화) 12:00:00 황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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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박비·영업제한 등 피해
▶ 보험사 보상 거부 잇따라

▶ 한인 업주들도 피해 호소
▶ 일부는 재심사 통해 승인

가든그로브에서 발생한 대형 화학물질 탱크 과열 사태로 대규모 강제 대피가 이뤄진 가운데, 한인들을 포함한 피해 주민들과 사업자들이 숙박비와 생활비 등 수백 달러에서 수천 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부담하고도 보험사로부터 보상을 거부당하는 사례가 잇따르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번 사태로 수만 명의 주민이 긴급 대피하면서 호텔 숙박, 식비, 교통비 등 각종 비용을 개인이 우선 부담해야 했지만, 일부 보험사들은 ‘사용 불가 보상(loss of use)’ 조항 적용을 제한하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사들은 공통적으로 “실제 화재나 폭발, 또는 물리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 강제 대피만으로는 보상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사이프러스에 거주하는 에릭 게버는 NBC와의 인터뷰에서 약 600달러 상당의 호텔 비용을 청구했으나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의 강제 대피 명령에 따라 집을 떠난 만큼 보상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보험사는 약관을 근거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게버는 “정부가 집에 가지 말라고 했는데도 보험사가 실제 사고가 없었다는 이유로 보상을 거부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인 업주 랜디 안씨의 사례도 전해졌다. 안씨는 폭스 11과의 인터뷰에서 “보험사 측은 시설에 직접적인 피해가 없었기 때문에 보상 범위가 제한된다는 입장”이라며 “유해물질이나 화학물질, 오염 관련 항목은 일반적으로 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도로가 막히고 접근이 차단된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냐”며 “일부 보험 약관에는 정부의 도로 폐쇄나 출입 제한과 관련된 ‘공권력 행사(civil authority)’ 조항이 있는 만큼 해당 부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험 전문가들은 이번 분쟁이 보험 약관 해석의 차이에서 비롯된 전형적인 사례라고 설명하고 있다. 비영리기관인 보험정보연구소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주거지나 사업장에 물리적 손해가 발생해야 보험이 적용되는 구조”라며 “위험이나 위협으로 인한 대피는 정부의 공식 대피·출입 통제 명령 조항이 있더라도 적용 범위가 제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보상 결과가 달라진 사례도 일부 확인됐다. 폭스 11 보도에 따르면 일부 피해자는 초기에는 보상이 거절될 것으로 안내받았으나, 이후 추가 검토와 언론 보도 이후 보험사가 해당 청구를 승인하고 디덕터블까지 면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비슷한 상황에 처한 주민들도 섣불리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청구 절차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피해 주민들은 각종 영수증과 지출 내역을 보관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으며, 향후 보상 가능성에 대비해 캘리포니아주 보험국에 민원을 제기할 수 있다는 안내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강제 대피로 인한 피해가 광범위하게 발생한 만큼 향후 보상 문제는 민간 보험 처리에만 국한되지 않고 정부 차원의 재난 지원과도 연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오렌지카운티 당국은 피해 규모를 집계 중이며, 주정부 및 연방 중소기업청(SBA)을 통한 지원 프로그램 신청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황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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