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코인 결제 연간 3900억달러 달하는데… 한국 ‘갈라파고스’ 전락 우려
2026-05-27 (수) 12:00:00
김정우 기자
▶ 무역결제 대금 비중 무려 58%
▶ 중남미 등 신흥국도 거래 급증
▶ 수출비중 큰 한국 제도정비 시급
스테이블코인 결제가 연간 39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하며 글로벌 무역 현장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제도 공백에 갇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인 실명 계좌 제한과 외국환거래법상 불확실성으로 국내 기업들이 홍콩 등 해외 법인을 거쳐 우회적으로 무역 대금을 결제·수취하는 사례까지 늘면서 한국 시장이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결제 흐름에서 고립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 금융계에 따르면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블록체인 분석 업체 아르테미스애널리틱스를 인용해 발간한 보고서에서 결제 목적으로 쓰이는 스테이블코인의 규모가 연간 약 3900억 달러(약 587조 원)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시장에서는 가상화폐 거래 용도에 집중됐던 스테이블코인 활용처가 최근에는 기업 간 무역 결제와 해외 송금 등 실물 결제 영역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맥킨지에 따르면 전체 스테이블코인 결제의 절반 이상인 58%는 무역 대금 결제 등 기업 간 거래에서 발생했다. 이어 개인 간 송금 20%, 상품·서비스 결제 19%, 급여 지급이 3%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은행 외환망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신흥국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새로운 국제 결제망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기존 스위프트(SWIFT)망은 국가별 중개 은행을 거치며 송금에 수일이 걸리는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주말과 야간에도 24시간 실시간 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아프리카와 남미 지역 무역 업체들을 중심으로 스테이블코인 결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과 거래하려는 국내 수출입 업체들은 제도 미비로 인해 우회 구조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 일반 기업은 가상화폐거래소에서 법인 실명 계좌를 통한 원화 거래가 제한돼 있어 스테이블코인을 수취하더라도 국내에서 원화로 환전하기 어렵다. 현재는 비영리법인과 가상화폐사업자에 한해 매도 전용 계좌가 일부 허용됐을 뿐 일반 법인의 실명 계좌는 여전히 막혀 있다. 이에 일부 기업들은 홍콩 현지 법인이나 파트너사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을 먼저 현금화한 뒤 달러를 국내로 송금하는 우회 구조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권오훈 차앤권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이 같은 방식이 신고 의무 회피를 위한 형식적 우회 거래로 판단될 경우 외국환거래법상 제3자 지급·우회결제 위반으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스테이블코인 결제와 관련한 제도 공백이 장기화할 경우 한국 시장의 갈라파고스화가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실물 결제 인프라로 자리 잡아 가는 동안 한국은 여전히 투자자 보호와 거래 규제 중심 논의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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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