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원화코인 준비 자산에 ‘CBDC 편입’ 실험
2026-05-27 (수) 12:00:00
신중섭 기자
▶ iM ‘하이브리드 모델’ 추진
▶ 투명성·신뢰성 향상 장점 크고 지자체 정책자금 흐름 확인 용이
▶ 수수료 절감·정산속도도 빨라져
▶ 디지털자산법 등에 반영 가능성
은행권이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를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준비자산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원화코인의 준비자산 일부를 CBDC로 보유하는 방안을 언급한 가운데 은행권이 실제 가능성을 점검하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 모델이 현실화할 경우 CBDC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상호의존 및 공존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금융계에 따르면 최근 iM뱅크를 비롯한 일부 은행은 CBDC 기반 예금토큰을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iM뱅크의 한 관계자는 “아직 원화코인 관련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원화코인과 CBDC 예금토큰을 연계하는 방안이 제시된 것은 알고 있으나 내부적으로 구체적 논의에 들어간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은행권이 이 같은 모델을 검토하고 나선 것은 원화코인과 CBDC가 국내에서 병행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원화코인 제도화가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한은도 지난해 일시 중단했던 CBDC 예금토큰 사업 ‘프로젝트 한강’의 2단계 테스트를 최근 재개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기존에는 CBDC와 원화코인이 대척점에서 논의됐으나 최근 분위기가 병행 흐름으로 가고 있다”며 “CBDC와 원화코인 사업을 동시에 준비하고 있는 은행 입장에서는 두 모델을 결합하는 이른바 ‘하이브리드’ 모델을 구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10월 발표한 백서 ‘디지털 시대의 화폐, 혁신과 신뢰의 조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주요 이슈와 대응 방안’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방안을 언급한 바 있다. 중앙은행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화폐 시스템이 본격화할 경우 이를 외부 블록체인과 연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핵심은 원화코인의 준비자산에 CBDC를 포함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국회에 발의된 원화코인 관련 법안이나 정부가 준비 중인 법안에는 원화코인 발행 시 준비자산으로 현금·요구불예금·단기국채 등 유동성이 높은 안전자산으로 보유하도록 돼 있으나 CBDC는 별도로 명시돼 있지 않다.
한은은 CBDC를 준비자산으로 활용할 경우 원화코인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민간 원화코인의 준비자산 일부를 CBDC 예금토큰으로 보유할 경우 발행·상환 절차를 자동화하고 준비자산 보유 현황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현재 일부 은행은 이를 위한 기술검증(PoC) 추진 계획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방은행은 기본적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수요가 있기 때문에 준비자산에 CBDC를 편입하는 방안도 충분히 고려해볼 만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원화코인은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자금 집행 시 자금 사용처와 흐름 확인이 용이한 데다 지역 내 결제·정산 과정에서 수수료 절감과 정산 속도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CBDC를 원화코인 준비 자산으로 최종 편입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다. 현재 원화코인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자산기본법 통과가 지연되고 있는 데다 현재 검토 중인 법안에도 관련 내용이 명시돼 있지 않다. 다만 법안에 예금이나 국채 외에도 이에 준하는 안전자산을 대통령령을 통해 둘 수 있게 한 만큼 향후 논의 과정에서 반영될 수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원화코인은 발행 주체와 함께 준비자산을 어떻게 보관하고 확인할지가 중요하다”며 “예금토큰을 활용한 준비자산 관리 모델은 CBDC와 민간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 안에서 병행할 수 있는지 살펴보는 하나의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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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