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세 어머님 한 분이 있었다. 파킨슨병이 너무 심해져 결국 호스피스까지 이야기되던 상황이었다. 몸은 점점 굳어가고, 움직임은 느려졌고, 스스로 걷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였다.
휠체어에 의지한 채 하루하루를 버티는 모습은 가족들에게도, 환자 본인에게도 깊은 절망이었다. 그러나 제대로 진료를 시작한 뒤 5개월이 지나자 놀라운 변화가 나타났다. 휠체어에서 일어나 다시 걸으셨다. 물론 완치라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적절한 진단과 세심한 치료가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파킨슨병은 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이 악화되는 병이라고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 제대로 치료하면 생각보다 많은 기능을 회복하고, 삶의 질을 지킬 수 있다.
파킨슨병의 진단은 기본적으로 임상진단이다. 즉, 의사가 환자의 움직임을 보고, 떨림과 경직, 느려짐, 보행의 변화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진단한다. 많은 분들이 “MRI 찍으면 바로 나오는 병”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일반적인 뇌 MRI만으로 파킨슨병을 확정하는 것은 어렵다. 다만 필요에 따라 감별진단에 도움이 되는 특수 영상검사가 활용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검사 한 장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증상 경과와 진찰 소견을 정교하게 해석하는 것이다.
파킨슨병 관리가 어려운 이유는 단순히 증상만 줄이면 되는 병이 아니기 때문이다. 파킨슨병은 움직임의 병이지만, 동시에 합병증의 병이기도 하다. 병이 진행하면서 보행장애, 낙상, 삼킴장애, 변비, 수면장애, 기립성 저혈압, 인지기능 저하, 환시 등 여러 문제들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치료는 “떨림을 줄이는 것”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약으로 몸을 부드럽게 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부작용과 합병증을 함께 예방해야 한다. 이 균형을 잡는 일이 파킨슨 진료의 핵심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보행장애와 낙상 위험이다. 파킨슨병 환자들이 무서워하는 것은 단지 손이 떨리는 증상이 아니다. 잘 걷지 못하게 되고, 방향을 돌 때 얼어붙듯 멈추고, 작은 턱에도 걸려 넘어지는 일이 반복되면서 독립적인 생활이 무너진다. 낙상은 곧 골절로 이어지고, 골절은 입원과 와상, 근감소, 폐렴, 요양시설 입소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파킨슨병 치료는 단순히 불편함을 줄이는 차원이 아니라, 한 번의 낙상으로 무너질 수 있는 삶 전체를 지키는 일이다. 적절한 약물치료를 하면 몸의 경직이 줄고 움직임이 부드러워지며, 걸음의 질도 좋아질 수 있다. 많은 환자들이 “약을 먹으니 몸이 다시 풀린다”고 표현하는 이유다.
하지만 약을 쓰는 일 역시 매우 예민하다. 파킨슨 약은 무조건 많이 쓴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약효가 부족하면 몸이 다시 굳고 느려지지만, 반대로 약이 과하면 몸이 들썩이거나 어지럽고, 헛것이 보이거나 혈압이 떨어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어떤 환자는 약을 먹고 한 시간쯤 지나 가장 편해지고, 어떤 환자는 약효가 너무 빨리 떨어져 다음 복용 전 몸이 굳어진다. 또 어떤 환자는 식사와 약 복용 시점에 따라 효과가 달라지기도 한다. 그래서 파킨슨병 진료는 처방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환자가 약을 먹은 뒤 언제 좋아지고, 언제 다시 불편해지는지, 걷는 것이 나아지는지, 어지러운지, 잠이 쏟아지는지, 몸이 흔들리는지 등을 정확히 의료진에게 전달해야 한다. 이 정보가 있어야 약의 종류와 용량, 복용 간격을 정교하게 조정할 수 있다.
여러 파킨슨 약을 환자의 상태에 맞게 조심스럽게 조합하고 조절해야 비로소 병이 관리된다. 이 과정에는 어느 정도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환자와 의사가 함께 여러 약을 시도해 보며, 어떤 약을 먹었을 때 몸이 부드러워지는지, 언제 약효가 떨어지는지, 어떤 부작용이 생기는지 세밀하게 확인해야 한다.
결국 파킨슨병 치료는 처방전을 한 번 써주는 것으로 끝나는 진료가 아니다. 환자의 경험을 듣고, 가족의 관찰을 반영하고, 의료진이 신중하게 판단하면서 약을 조금씩 맞춰가는 긴 과정이다. 이 섬세한 대화와 조정이 있어야 파킨슨병 환자는 다시 걷고, 덜 넘어지고, 더 오래 자신의 일상을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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