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MZ 노조’ 개인주의·초과이익 분배 해법, 노동계에 숙제 던졌다

2026-05-23 (토) 12:00:00 송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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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전 성과급 갈등이 남긴 과제
▶ 파국 피한 삼성전자, 숙제 남겨

▶ 개인주의 강한 MZ성향 노조 침투
▶ 초과이익 배분 새롭게 쟁점화

삼성전자 파업 시 강제조정권(법적으로 파업을 일시적으로 강제 중단하는 권한) 발동을 정부가 시사하자 반발하던 노동계가 노사 간 잠정합의안이 도출된 후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하지만 약 반년 간 이어져 온 삼성 노사 갈등은 노동계에도 적지 않은 숙제를 안겼다는 평가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기업 노조들이 향후 더 많이 등장할텐데 이들과 어떻게 연대할지, 초과이익(회사에서 세운 목표 이익을 초과한 이윤) 배분이라는 새로운 의제에 어떻게 대응할지 등이다.

노동계가 삼성전자 노조에서 가장 주목한 건 ‘MZ 정서’다. 개인주의 성향 속에 ‘우리끼리’ 뭉쳐 최대 이익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해석이다. 노조는 원래 노동자의 경제·사회적 권익을 높이는 게 목표인 조직이기에 삼성전자 노조를 마냥 비난하기는 어렵다는 게 노동계의 생각이다. 다만 노조의 전통적인 전략과 가치인 ‘연대’를 포기한 듯 보였다는 점은 노동계의 머리를 아프게 한다.

삼성전자 노조는 한국·민주노총 등 상급단체 가입 대신 개별노조의 길을 택했다. ‘1등 기업’ 소속이라는 자부심을 바탕으로 덩치를 키웠다. 삼성전자 내 두 개 노조가 뭉친 공동투쟁본부 조합원 수는 약 8만6,000명인데 민주노총 산하 전국교직원노조(전교조)와 서비스연맹(마트, 배달, 돌봄노동자 등) 조합원이 5만~6만 명임을 고려하면 단일기업 노조로선 압도적 규모다.


노동계는 앞으로 MZ세대가 노조 활동의 주축이 됐을 때 개인주의적 성향이 더 짙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노동계 관계자 A씨는 “대학 졸업장을 따고 노력해도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기 힘든 현실 때문에 개인주의, 이익주의를 더 심화시키는 것 같다”며 “MZ세대는 노조 가입률도 떨어지는 추세”라고 전했다. 현재 전국 노조 조직률(가입률)은 13.0%(2024년 말 기준)다. 가입률 하락은 조직 영향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민주노총은 삼성전자 노조를 향해 “노동전선의 연대로 나오라”고 촉구했다. 노총은 성명문에서 “(삼성전자 노사 합의는) 반도체 산업재해 피해자들과 삼성전자서비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목숨을 걸고 싸워온 투쟁의 결과물”이라며 “수십 년간 이어진 삼성의 ‘무노조 경영’에 균열을 낸 이들의 숭고한 희생이 없었다면 오늘의 합의도 없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초과이익 배분은 노동계 안에서도 뜨거운 감자가 됐다.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카카오,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등 굵직한 대기업들도 성과급 분배를 놓고 사측과 갈등하고 있어 삼성전자 파업 사태가 경제에 미칠 영향은 클 수 밖에 없다.

또 삼성전자 노조 내부에서 반도체 부문(DS)과 가전 등 완제품 부문(DX) 사이에서도 성과급 배분을 두고 갈등한 만큼, 노동자 간 이익 배분의 규칙을 세우는 게 중요한 과제가 됐다. 한 삼성전자 직원은 “DS와 DX는 연관산업이고 서로 돕고 도움받는 게 있는데 노조가 이런 식으로 성과급을 협상하면 내부 협업도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며 “같은 회사임에도 메모리 호황이 빨리 끝나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기업이 얻은 초과이익을 하청업체와 비정규직 등과 어떻게 나눠야할지 논의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송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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