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미국 전문가들은 15일 양국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한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관계 안정과 경제 협력 메시지가 부각됐지만, 관세와 무역, 대만 등 핵심 갈등 현안은 대부분 미해결 상태로 남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전문가들은 두 정상의 개인적 유대와 반복적인 정상외교 자체가 향후 미중 관계의 중요한 관리 수단이 될 가능성에 주목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태지역 안보 의장은 연합뉴스에 보낸 논평에서 "이번 정상회담은 중국의 위상을 높이는 동시에 미중 경쟁에 대해 전반적으로 안도감을 줬다"고 평가했다.
이어 중국이 양국 관계의 새 틀로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를 제시한 데 대해 '건설적 전략 안정'이라는 표현은 결국 '상호 존중'을 또 다른 방식으로 말한 것으로 보인다"며 "엄청난 성과는 아니지만, 그래도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로선 미중 갈등이 일정 수준 관리 국면에 들어감으로써 경제 측면의 불확실성을 일부 덜게 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패트리샤 김 브루킹스연구소 아시아 담당 연구원은 연합뉴스에 보낸 논평에서 "아시아 국가들은 미중 관계가 우호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올해 추가적인 미중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는 점에서 무역 데탕트(긴장 완화)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안도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미중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압박받은 한국과 다른 미국 동맹국들의 부담도 일부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회담의 상징성과 분위기에 비해 예상했던 것보다 구체적인 성과가 부족했다는 평가도 상당수 나왔다.
지난해 10월 부산 미중정상회담에서 '1년 휴전'에 합의한 관세·무역 논의는 이번 회담에서 구체적인 결과물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론 인터뷰에서 공개한 중국의 보잉 항공기 구입 및 미국 농산물·에너지 구입 약속의 경우 중국이 아직 확인하지 않은 상태다.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회장은 "지금까지 회담에서 나온 경제적 성과는 기대에 훨씬 못 미쳤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양국 관계에서 경제·무역 분야를 최우선 과제를 삼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 많은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커틀러 부회장은 "양측은 관계의 안정화를 환영했으나, 5개월 뒤 만료되는 무역 휴전 기간을 연장하는 데에는 합의하지 않았다"며 "앞으로 있을 두 정상 간 회담에서 의미 있고 구체적인 성과를 도출해야 한다는 부담을 높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패트리샤 김 연구원은 "이번 회담의 가장 기본적인 성과 기준은 무역 휴전 기간의 연장이었다"며 "휴전 연장에 대한 구체적인 발표가 없었기 때문에 이번 회담이 그 낮은 기준조차 충족했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회담은 대체로 중국의 구매 약속을 다시 확인하고, 실무 차원의 협상을 계속 이어가기로 합의한 수준에 머물렀다"고 평가했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에 이어 올해 가을 답방 성격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이 이뤄지게 된 점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미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커트 캠벨 아시아그룹 회장은 브리핑에서 "이번 회담의 진행방식과 두 정상이 미래에 대해 언급한 내용을 보면 이번 회담은 올해 내내 이어질 과정의 일부가 될 것임을 시사한다"며 "두 정상은 이런 과정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과 고위급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이외에도 올해 11월 중국 선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12월 미국 마이애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도 만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에서 부각된 두 정상 간의 개인적 관계 형성이 앞으로의 미중 관계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징 치엔 아시아소사이어티 부회장은 "이번 회담은 이념적 성격보다는 지도자 중심적인 성격이 더 강해 보였다"며 "국가 운영의 수단으로서 양측의 케미스트리와 상징성, 개인적 유대감에 중점을 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중국이 국빈만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유세곡이었던 'YMCA'를 연주하며 환대한 것을 거론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뿐만이 아니라 상징적이면서도 개인적으로 유대감을 형성하려는 매우 의도적인 노력의 신호"라고 해석했다.
조지 첸 아시아그룹 파트너는 구체적인 성과가 현재로선 제한적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도 "아마도 가장 중요한 진전은 어떤 단일 거래가 아니라, 두 정상이 지난해 10월 부산 정상회담 이후 다시 오랜 시간을 함께 보냈다는 단순한 사실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을 자신이 일하고 거주하는 중난하이 내부의 사적 정원으로 안내했는데, 이곳은 그가 외국 방문객에게 거의 보여주지 않는 공간"이라면서 "지도자 간의 개인적 유대감은 양국 관계 전체의 분위기를 좌우할 수 있다"고 짚었다.
대만 문제를 둘러싸고는 시 주석이 한층 분명한 경고 메시지를 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 충돌을 피하며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려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첸 아시아그룹 파트너는 "시 주석은 대만 독립을 향한 어떤 움직임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고, 회담 초반부터 이 '레드라인'을 분명히 했다"며 "모호함도, 유화적인 태도도 없었다"고 말했다.
캠벨 회장은 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과 관련, "대만 측을 안심시킬만한 발언은 거의 없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의 관점을 이해하고 있으며 그런 불안과 우려를 어느 정도 해소할 방법을 모색하고자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징후는 많았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만에 대한 추가 무기 판매 승인 여부와 시기도 주목해야 할 지점이라고 전문가들은 짚었다.
미국에서는 대만에 대한 140억달러 규모의 무기 판매 승인 절차가 진행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기자들에게 시 주석과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여부를 상세히 논의했다면서도 "내가 결정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첸 파트너는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의 미국 국빈 방문을 초청한) 9월 24일 이전에 대규모 무기 판매를 승인한다면 시 주석은 백악관 방문에 대해 극도의 불편함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 명확한 결과물이 없었던 점은 한국 입장에서 아쉬운 대목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크로닌 의장은 "북한 문제 대응 방안에 있어서 명확한 진전의 신호를 기대했던 한국으로선 실망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