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이 칸 국제영화제 개막 기자회견에서 "정치와 예술은 분리될 수 없다"는 소신을 밝혔다.
11일(현지시간)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박찬욱 감독은 개막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박찬욱 감독은 "정치와 예술은 분리돼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두 개가 서로 충돌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어떤 예술 작품이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해서 그것이 예술의 적으로 여겨져서는 안 된다"며 "반대로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지 않다고 해서 그 영화를 무시해서도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아무리 훌륭한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더라도 그것이 예술적으로 충분히 표현되지 못한다면 결국 선전에 불과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어떤 편견이나 고정관념도 없이, 순수한 관객의 시선으로 그저 저를 놀라게 할 영화를 볼 기대감으로 감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발언은 올해 2월 열린 제76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가 열린 지 3개월 만에 나온 것이다. 당시 영화제 심사위원장이었던 독일의 거장 감독 빔 벤더스는 "영화인들은 정치에서 거리를 둬야 한다. 만약 우리가 의도적으로 정치적인 영화를 만든다면 그것은 정치의 영역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해당 발언은 즉각 거센 반발을 불러왔고, 배우 하비에르 바르뎀, 틸다 스윈튼 등 92명의 영화계 인사들이 공개서한을 발표하며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영화제 측의 조직적 침묵을 규탄했다.
한편 박찬욱 감독은 미국 배우 데미 무어와 이삭 드 방콜레, 스웨덴 배우 스텔런 스카스가드, 아일랜드 배우 루스 네가, 중국 감독 클로이 자오, 벨기에 감독 라우라 완델, 칠레 감독 디에고 세스페데스, 스코틀랜드 각본가 폴 래버티 등과 함께 경쟁부문 진출작을 심사하게 된다.
특히 박찬욱 감독은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칸 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게 됐다. 그는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한국 영화가 예전에 영화의 변방 국가인 것처럼 취급되던 긴 세월이 있었는데 그 시대에도 한국에는 훌륭한 감독들, 배우들이 있었다"며 "시간이 흐르고 한국도 세계 영화의 중심 중 하나로 역할을 하고 있는데 그런 시대에 맞는 움직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50년, 100년 뒤에도 남을 작품에 상이 주어져야 한다. 우리 시대에 어떤 영화가 중요한지 세상에 알리는 데 기여하는 셈으로, 이상적으로는 훗날 역사가 이런 판단이 옳았음을 확인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지난 12일 오후 개막한 칸 영화제는 오는 23일까지 이어진다.
올해 한국 영화로는 나홍진 감독의 신작 영화 '호프'가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한국 영화가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것은 2022년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 이후 4년 만이다.
연상호 감독이 연출하고 전지현 구교환 지창욱 등이 주연을 맡은 영화 '군체'가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진출했고, 정주리 감독의 '도라'도 감독주간으로 초청받았다.
<스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