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中, 중동 중재외교 가속…미중 정상회담 앞두고 협상지렛대 강화

2026-05-06 (수) 10: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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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 외무장관, 中에 미국과의 협상 현황·계획 설명… “역할 기대” 요청도

▶ 中, 확고해진 ‘중재자’ 입지로 실리·명분 복합 노림수

中, 중동 중재외교 가속…미중 정상회담 앞두고 협상지렛대 강화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로이터]

미중 정상회담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중국 외교부장이 이란 외무장관과 만나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휴전 문제를 논의하며 중재자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미국과 이란의 지난달 2주 휴전 합의 과정에서 중국이 일정 역할을 했다는 평가에 이어 이란 측으로부터 "호르무즈 해협 개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발언까지 이끌어내면서 미중 회담에 앞서 협상 지렛대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 美, "中, 이란 설득하라"…中, 안방으로 이란 외무 초청


이번 중재외교는 미국이 먼저 중국 역할론을 공개적으로 제기하고 중국이 이에 호응하는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4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기와 관련해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는 글로벌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 문제 해결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인정하는 동시에 중국이 이란 군사력의 자금원이라는 점을 거론하며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특히 이번 발언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을 앞두고 나왔다는 점에서 중국을 향한 공개 압박 성격이 짙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의 압박 때문인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중국은 곧바로 이란 외무장관을 안방으로 초청했다.

중국 외교부는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6일 베이징을 방문해 이날 오전 왕이 외교부장(장관)과 회담했다고 발표했다.

외교부는 앞서 아라그치 장관의 방중 발표문에 '잉야오'(應邀·초청에 응해)라는 표현을 사용해 자국의 요청으로 성사된 방문임을 분명히 했다.


이란 외무장관의 방중은 2월 말 이란전 개전 이후 처음으로,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사실상 중재 국면을 주도하려는 신호로 해석한다.

◇ 중국의 속내…실리·명분 챙기기

중국이 중동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배경에는 복합적인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다.

우선 호르무즈 해협 긴장이 고조될 경우 미국이 해당 해역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는 에너지 수송로의 안정성을 중시하는 중국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실제 중국은 이란 원유의 최대 구매국으로, 지난해 이란산 원유의 80% 이상을 수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이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에서 중동과 유럽을 연결하는 핵심 거점이라는 점도 고려됐다는 분석도 있다.

전쟁 장기화는 에너지·인프라 협력 등 기존 투자 전반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여기에 중국은 달러 중심의 금융 질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위안화 기반 거래를 확대하려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최근 이란이 위안화나 암호화폐로 해협 통행료를 받았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페트로 달러' 체제 약화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중국으로서는 이란에 대한 기존 투자 이익을 지키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2021년 왕이 부장의 테헤란 방문을 계기로 체결된 '25년 협력 협정'에 따라 중국은 약 4천억 달러(약 583조원)를 투자하는 대신 이란산 원유를 저렴하게 공급받기로 했다.

이란 정세가 급변할 경우 이러한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이해관계는 더욱 분명해진다.

이와 함께 중국은 분쟁 해결 과정에서 '책임 있는 대국'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의도도 뚜렷하다.

상하이국제문제연구원 중동연구소의 류중민 교수는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이후 중국은 일관되게 건설적인 역할을 했다"며 "이번 아라그치 장관의 방중 역시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 中에 역할 요청한 이란…확고해진 중재자 입지

중국의 중재 행보는 이미 일정한 성과를 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과 이란의 이날 외교 수장 회담에서 중국은 아라그치 장관으로부터 "호르무즈 해협의 개방 문제는 조속히 해결할 수 있다"는 발언을 이끌어내는 동시에 휴전을 위해 중국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 달라는 직접적 요청을 받아 눈길을 끌었다.

중동 분쟁의 당사국인 미국과 이란으로부터 동시에 중재자로 지목되면서 양자 협상의 지렛대를 더욱 강화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왕이 부장은 이날 회담에서 전면적인 휴전과 협상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고, 호르무즈 해협과 관련한 국제 사회의 정상 통행 재개 요구에 당사자들이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아라그치 장관은 회담에서 왕 부장에게 미국과의 최근 협상 상황과 이란의 분쟁 종식 계획에 대해 따로 설명했는데, 이는 이란이 중동 문제를 중국과 적극적으로 상의하고 있다는 메시지로도 해석된다.

국제위기그룹의 자문위원 알리와인은 로이터 통신에 "중국은 이란을 첫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낸 바 있고, 이란이 다시 협상에 나선다면 중국이 외교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미국과 이란이 2주간 휴전에 합의하는 과정에서 중국이 물밑에서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외교가에서 제기된다.

왕이 부장은 지난 달 휴전 합의가 이뤄지기 전까지 이란,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관련국들과 26차례나 통화하며 중재 노력을 기울였고, 미국과 이란 양측 모두를 겨냥하는 '균형 외교'를 펼쳤다.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이 이란에 대한 영향력을 지렛대로 활용하려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이란 문제의 해법에 대한 양측의 시각 차이는 분명하다.

리밍장 싱가포르 난양이공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는 "미국은 중국을 통해 이란에 더 큰 압력을 가해 양보를 끌어내거나 굴복시키길 기대하지만, 중국이 이란과의 관계를 희생하면서까지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4∼15일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질 계획이라고 밝힌 상태다.

중국은 관련 일정을 공식 확인하지 않고 있지만, 이날 외교부 브리핑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시기와 관련해 중미 양측은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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