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조계 주요 인사들이 24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제63회 법의 날 기념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법의 날은 법의 존엄성을 되새기고 국민의 준법 정신을 함양하기 위해 제정된 국가기념일이다. 앞줄 맨 왼쪽부터 김정욱 대한변호사협회장, 김상환 헌법재판소장, 조희대 대법원장, 정성호 법무부 장관. [법무부 제공]
'법의식 조사' 사법 신뢰 균열 확인
▶“범죄에 합당한 심판” 67%→55%
▶“누구든 공정한 재판” 66%→57%
피고 지위·상황 따라 차이 인식
▶“보석제 모두에 공평” 51%→38%
▶“구속·불구속 공평” 58%→42%
법 집행·법관 향한 인식도 흔들려
▶“법은 공정하게 집행” 53%→41%
▶“재판 외부 영향 없다” 57%→45%
‘형사사법 절차가 공정하다’는 국민 인식 정도가 2년 새 크게 떨어졌다. 두 명 중 한 명은 범죄자에게 합당한 처벌이 내려지지 않고, 피고인이 재판을 공정하게 받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석과 구속·불구속 기준에 대한 의문과 수사와 재판 과정에 대한 불신도 도드라졌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법 적용 기준이 흔들릴 경우 사법 신뢰가 ‘판사 운’에 좌우된다는 의심이 계속 확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24일 한국법제연구원의 ‘2025년 국민법의식 실태조사 시계열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합당한 법의 심판을 받는다”는 응답은 2023년 66.7%에서 2025년 54.9%로 11.8%포인트 하락했다. “모든 형사피고인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다”는 응답도 같은 기간 66.4%에서 57.0%로 떨어졌다. 국책연구원인 한국법제연구원에서 격년마다 실시하는 ‘국민법의식 실태조사’는 국민의 법의식 변화를 체계적으로 추적하는 지표 중 하나로 꼽힌다. 2025년 조사는 전국 성인 3,4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수치 하락의 폭은 구속과 보석 등 형사사법절차의 신뢰도 부분에서 두드러졌다. “보석 제도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운영된다”는 응답이 2023년 51.4%에서 2025년 37.6%로 13.8%포인트나 낮아졌다. “구속·불구속 기준은 공평하게 적용된다”는 응답도 58.3%에서 41.5%로 16.8%포인트 추락했다. 3명 중 2명 정도가 피의자나 피고인의 지위, 사건의 성격에 따라 법 적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법 집행 전반의 평가도 나빠졌다. “법은 공정하게 집행된다”는 응답은 2023년 52.9%에서 2025년 41.1%로, “법은 국민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응답은 56.5%에서 42.3%로 하락했다. 법이 국민 전체를 위해 일관되게 작동하고 있다는 믿음이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법부와 법관을 바라보는 인식도 함께 흔들렸다. “법관의 재판이 외부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응답은 2023년 56.8%에서 2025년 44.7%로 떨어졌다. 재판의 독립성을 두 명 중 한 명도 신뢰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사회 주체별 법 준수 인식에서도 사법기관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검찰이 법을 준수한다고 본 응답은 13.5%포인트 떨어진 46.3%, 법원은 9.1%포인트 낮아진 58.0%로 주요 기관 가운데 하락 폭이 컸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조사 결과를 일시적 여론 악화가 아니라 사법 절차 전반에 대한 신뢰 저하의 방증이라고 평가했다. 형사재판의 공정성, 구속·불구속 기준, 보석 제도 등 주요 지표가 동시에 하락한 만큼, 법원이 이들 전체의 판단 기준과 절차를 충분하게 설명하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유승익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은 “영장 단계부터 중간 절차, 최종 판단에 이르기까지 사법 절차 전반의 기준이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사건마다, 판사마다 법 적용 기준이 달라지는 것처럼 보이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짚었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법부 스스로가 권력기관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스스로 문제를 드러내고 자정하려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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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소진·장수현·이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