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형운용사 라운드힐 이달초 출시…삼전·하이닉스 비중 절반
▶ 美투자자에 韓상장사 집중투자기회 제공…WSJ “전례없는 성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전체 자산의 절반을 투자하는 미국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10억 달러 넘는 신규 자금이 유입돼 월가에서도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2일 시장조사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뉴욕증시에 상장된 메모리 업종 테마펀드인 '라운드힐 메모리' ETF(종목코드 DRAM)는 이달 들어 21일까지 자금 순유입액이 11억1천만 달러(약 1조6천억원)에 달했다.
미국의 소형 자산운용사 라운드힐이 지난 2일 뉴욕증시에 상장한 이 ETF는 쏟아지는 자금 유입과 보유자산 가격의 상승 덕에 출시 2주 만인 지난 17일 총운용자산 규모가 10억 달러(약 1조5천억원)를 돌파하기도 했다.
상장 당시 25만 달러(약 3억7천만원)에 불과했던 총운용자산 규모는 21일 기준 12억2천만 달러(1조8천억원)로 급격히 불어난 상태다.
라운드힐이 선보인 이 ETF는 글로벌 메모리 칩 기업에 투자하는 테마형 펀드다. 라운드힐은 펀드 설명자료에서 DRAM ETF에 대해 "세계 최초로 선보인 메모리주 ETF"라고 소개했다.
11개 종목으로 구성된 이 ETF의 주요 보유종목은 21일 기준 SK하이닉스(26.9%), 삼성전자(23.4%)로, 두 종목의 보유 비중만 절반을 넘어선다.
한국 증시에 상장된 '삼전닉스'(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 ETF와 사실상 다름 없는 투자 비중이다.
보유 비중 3위는 미국의 메모리칩 제조사인 마이크론 테크놀러지로 20.9%를 차지했다.
월가에서는 소형 운용사가 별다른 홍보도 없이 내놓은 테마형 ETF에 이처럼 빠르게 신규 자금이 유입된 게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ETF 정보업체 ETF.com은 "틈새 상품으로서 놀라운 질주를 보여줬다"며 "올해 중소형 운용사에서 출시된 가장 스마트한 상품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이 매체는 "메모리 주식이 인공지능(AI) 붐의 최대 수혜주 중 하나였지만, 고대역폭 메모리(HBM)의 3대 주요 생산업체 중 두 곳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한국 시장에만 상장돼 미국의 주요 반도체 펀드에 편입되지 않은 탓에 투자자들이 이 종목들을 깔끔하게 공략할 방법이 없었다"라고 이 펀드의 성공 배경을 분석했다.
한국을 제외한 국가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투자하기가 어려웠는데, 이 펀드가 깔끔한 해결책을 제공해줬다는 것이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에릭 발추나스 분석가는 엑스(X·옛 트위터)에 DRAM ETF에 대해 "신생 펀드치고는 미친 거래량"이라며 "가장 저평가된 'AI 공략'"라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DRAM ETF의 빠른 성장에 대해 "어떤 ETF에서도 보기 드문 일이며, 소규모 자산운용사에서는 전례 없는 성과"라고 평가했다.
다만, 일부 종목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테마형 ETF는 시장에서 관련 테마가 정점에 도달한 시점에 출시되는 경향 탓에 성과가 부진을 면치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WSJ은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