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강제구금 급증에 연방법원 ‘마비’

2026-04-21 (화) 07: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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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정부 ‘의무구금’ 확대, 보석심리 대신 무기한 구금

▶ 판사들 “석방 명령도 무시” 이민자 석방 소송 폭증

강제구금 급증에 연방법원 ‘마비’

지난 18일 텍사스주 딜리의 이민 구치소 앞에서 이민 단체 관계자들이 구치소의 열악한 환경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단속 강화 정책으로 인해 미 전역 연방법원이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졌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캘리포니아에서는 이민자 구금과 관련된 석방 소송이 폭증하면서 법원 업무가 감당 한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캘리포니아 동부 연방지방법원의 트로이 넌리 수석판사는 최근 이례적으로 ‘사법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이는 해당 법원에 접수된 이민자 석방 청원이 급증하면서 재판 진행이 사실상 마비된 데 따른 조치다.

넌리 판사는 최근 법원 명령을 따르지 않은 법무부 소속 변호사에게 250달러의 벌금을 부과하는 이례적 제재를 내렸다. 사건의 핵심은 판사가 석방을 명령했음에도 불구하고, 연방 이민 당국이 이를 즉각 이행하지 않고 법원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넌리 판사는 판결문에서 정부 측 대응을 강하게 비판하며 “법원은 설득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연방법원이 정부 변호사를 공식적으로 징계하는 사례는 극히 드문 일로, 사법부 내부의 불만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문제의 핵심은 트럼프 행정부가 도입한 ‘의무 구금’ 정책이다. 과거에는 국경에서 체포된 일부 이민자에게만 적용됐던 이 정책이 이제는 체포되는 모든 이민자에게 확대됐다.

이로 인해 기존에는 보석 심리를 통해 비교적 신속히 석방 여부를 판단받을 수 있었던 이민자들이, 이제는 석방을 위해 연방법원에 ‘인신보호청원(habeas corpus)’을 제기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 절차는 원래 사형수나 테러 용의자 등 극단적 상황에서 사용되던 법적 수단이다.

실제로 캘리포니아 동부지방법원에 접수된 관련 소송은 지난 2024년 18건 미만이던 것이 2025년에는 약 500건으로 증가하더니 올들어서 벌써 2,700건 이상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 같은 급증세는 미국 내 다른 지역에서도 나타나고 있으며, 현재 전국적으로 약 3만 건에 달하는 유사 소송이 진행 중인 것으로 집계된다.

법원은 다수 사건에서 이민자 구금 자체가 부당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넌리 판사는 “우리가 보는 대부분의 사건은 구금될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라며 “이들은 재판을 받을 때까지 자유 상태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 측은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국토안보부는 “법과 사실은 정부 편에 있으며, 최종적으로 대법원 판단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이 과정에서 헌법 제5차 수정안(적법절차 보장)의 적용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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