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적 복수국적 9번째 헌법소원의 의미
2026-04-10 (금) 12:00:00
미국 등 해외에서 태어난 한인 2·3세들을을 옭아매고 있는 선천적 복수국적 문제가 또다시 헌법재판소의 문을 두드렸다. 무려 9번째 헌법소원이다. 이는 구조적으로 잘못 설계돼 있는 국적법이 수많은 재외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음을 상기시키는 외침이다.
이번 헌법소원의 청구인인 15세의 한인 2세 여학생은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복수국적자로 묶여버린 대표적 사례다. 어머니의 사망으로 인해 출생신고 자체가 불가능해졌고, 그 결과 국적이탈 가능성이 또한 원천적으로 차단됐다. 제도의 결함으로 인해 ‘빠져나갈 수 없는 국적’에 갇힌 것이다.
원래 선천적 복수국적자는 22세까지 한국 국적을 선택하지 않으면 한국 국적이 자동 상실됐었다. 그러나 이른바 ‘원정 출산’, 외국 국적자들의 ‘병역기피’ 방지 등을 명분으로 2005년 제정된 ‘홍준표법’은 남자를, 2010년 ‘국적선택 명령제’는 여자를 국적선택 불이행 시 각각 복수국적자로 만들었다. 해외 출생자의 경우 정부가 당사자의 존재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선택을 명령’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한 제도라는 지적이다.
대부분의 미국 태생 한인 2, 3세는 한국에서 출생신고도 되어있지 않고, 권리를 행사한 적도 없으며, 혜택을 누린 적도 없다. 더욱이 국제결혼이 증가하면서 다문화가족의 혼혈 2세들에게까지 국적이탈을 위한 출생신고를 강요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절차로 현실성과 실현성이 희박한 상황이다.
이쯤 되면 문제는 분명하다. 이는 특정 사례의 예외적 불행이 아니라, 제도 자체의 실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국회와 정부가 여전히 미온적 태도로 일관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해외 한인 차세대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더 이상 이를 방치할 수는 없다. 현실과 괴리된 국적선택명령제는 전면 재검토되어야 하며, 해외 출생자의 특수성을 반영해 ‘국적자동상실제’를 부활시키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재외공관들도 안내 체계를 전면 개편해 정확하고 일관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