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국 주택시장 ‘K자형 양극화’ 심화

2026-04-02 (목) 12:00:00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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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존 소유주·예비 구매자

▶ 주택비용 격차 ‘40년만 최고’
▶ 35~44세 소유율 10%P 급락

고금리와 집값 급등이 맞물리면서 주택 시장의 진입 장벽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특히 신규 주택 구매자들이 기존 소유주보다 훨씬 큰 비용 부담을 떠안는 구조가 고착되며 주거 시장에 ‘K자형 양극화가’ 심화하는 모습이다.

최근 워싱턴 DC 소재 초당파 공공 정책 연구 기관인 경제혁신그룹(EIG)이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신규 주택 구매자의 주택 유지 비용 부담이 기존 소유주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를 작성한 제스 레밍턴 연구 분석가는 두 그룹 간의 소득 대비 주택 비용 지출 비중 격차가 약 7%포인트에 달하며, 이는 거의 40년 만에 가장 큰 수치라고 밝혔다.


과거 데이터와 비교하면 현재의 상황은 더욱 이례적이다. 2007년 주택 거품이 정점에 달했을 당시에도 신규 구매자들은 소득의 약 28%를 주택 관련 비용으로 지출했다. 하지만 당시 기존 소유주와의 격차는 4%포인트 수준에 불과했다.

2025년 3월 어번 인스티튜트의 분석에 따르면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해야 할 35~44세 연령층의 주택 소유율은 1980년 이후 10%포인트 이상 급락했다.

자산 축적 속도가 주택 가격 상승과 금리 인상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생애 첫 주택을 구입하는 시기는 점점 늦춰지고 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생애 첫 주택 구매자의 평균 연령은 40세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과거 ‘30대 내 집 마련’이라는 공식이 깨지고, 불혹의 나이가 되어서야 겨우 시장에 진입하는 구조가 정착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양극화의 근본 원인으로 대출 금리의 현저한 차이를 지목한다.

NAR의 수석 경제학자 나디아 에반젤루는 “팬데믹 당시의 초저금리와 비교해 현재의 모기지 금리는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높은 임대료 때문에 계약금을 모으는 것조차 힘겨운 상황에서, 이미 낮은 금리로 집을 산 기존 소유주들과의 격차는 메워지기 힘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터닷컴의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 기존 모기지 대출의 절반 이상이 4% 미만의 고정금리를 적용받고 있다. 반면 현재 시장 금리는 6%대를 상회한다. 기존 소유주들 입장에서는 현재의 저금리 혜택을 포기하고 비싼 금리로 갈아타며 이사를 할 유인이 전혀 없는 셈이다.

제이크 크리멜 리얼터닷컴 수석 경제학자는 이를 ‘락인 효과(Lock-in Effect)’라고 명명했다. 그는 “기존 소유주들은 더 낮은 가격에 집을 샀고, 더 적은 금액을 빌렸으며, 심지어 대출을 모두 상환해 모기지 부담이 없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주택 시장은 높은 가격, 고금리, 매물 부족, 그리고 구매력 저하라는 네 가지 악재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이는 단순히 집을 사고파는 문제를 넘어, 세대 간 자산 격차를 고착화하고 사회적 이동성을 저해하는 심각한 경제적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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