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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평가 우량주’ 김효주, 진짜 전성기 열린 이유는?

2026-03-31 (화) 12:00:00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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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효주, 포드 챔피언십 2연패
▶ 파운더스컵 이어, 2주 연속 우승

▶ 데뷔 후 첫 ‘다승 시즌’ 통산 9승
▶ 체력 훈련ㆍ비거리 상승도 한 몫

‘저평가 우량주’ 김효주, 진짜 전성기 열린 이유는?

2주 연속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정상에 선 김효주가 시즌 목표로 삼은 2승을 이미 이뤘다며 목표를 새롭게 설정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

김효주(31·롯데)가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키며 ‘전성기 모드’에 돌입했다. 그동안 ‘잠재력에 비해 폭발력이 아쉽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번 시즌 두 대회 연속 우승과 타이틀 방어, 개인 첫 다승까지 한꺼번에 이뤄내며 평가를 뒤집었다. 특히 세계 정상으로 꼽히는 넬리 코르다(28·미국)와의 두 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승리하며 자신감 또한 한층 끌어올렸다.

김효주는 29일 애리조나주 챈들러의 월윈드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LPGA 투어 포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지난해에 이어 대회 2연패에 성공했고, 지난주 포티넷 파운더스컵 우승에 이어 두 대회 연속 우승까지 달성했다. 이로써 LPGA 투어 통산 9번째 우승을 일군 김효주는 데뷔 이후 처음으로 ‘한 시즌 2승’ 고지를 밟으며 다승 행진에도 탄력을 붙였다.

김효주 스승인 한연희 전 골프 국가대표팀 감독은 한국일보 통화에서 “그동안 잠재력에 비해 성적이 썩 좋다는 생각은 못 했는데, 이번 우승을 계기로 더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 같다”며 기뻐했다.


한 전 감독 평가처럼 김효주는 그동안 갖춘 기량에 비해 LPGA 무대에서 충분한 성과를 내지 못한 선수로 꼽혔다. 2014년 비회원 자격으로 출전해 우승한 메이저 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을 시작으로 2015년과 2016년, 2021년, 2022년, 2023년, 그리고 지난해까지 꾸준히 1승씩 추가했지만, 한 시즌에 두 차례 이상 우승한 적은 없었다. 당연히 상금왕이나 올해의 선수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기도 어려웠다.

그러나 이번 우승으로 흐름이 완전히 바뀌었다. CME글로브 포인트(1,268점)와 시즌 상금(93만9,640달러), 올해의 선수 포인트(69점)에서 모두 1위로 올라섰고, 현재 4위인 세계랭킹 역시 추가 상승이 기대된다. 진정한 정상급 선수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얘기다.

김효주는 겨우내 구질 변화를 위해 훈련은 물론, 체력 단련까지 병행하며 한 단계 성장을 꾀했다. 한 전 감독은 김효주가 이번 시즌을 앞두고 갈고닦은 ‘드로(Draw·오른쪽에서 출발해 왼쪽으로 완만하게 휘는 구질)’의 완성도를 높이면서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드로 구질을 안정적으로 구사하면, 스핀에 의해 런(공이 지면에 닿으며 튀어 가는 구간)이 늘어나 비거리 향상에 유리하다. 실제로 지난해 평균 247.36야드(226.2m)였던 김효주의 드라이버 비거리는 올 시즌 평균 264.47야드(241.8m)로 늘었고 이번 포드 챔피언십에선 278야드(254.2m)를 기록했다. 한 전 감독은 “올해 볼 구질을 드로로 바꾼 데다 체력 훈련까지 더해지면서 비거리에 자신감이 붙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날 플레이만 봐도 김효주의 완성도 높은 플레이가 돋보였다.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은 샷의 안정감과 승부처에서 발휘된 강심장을 선보이며 정상급 기량을 펼쳤다. 최종 4라운드를 4타 차 뒤진 채 출발한 코르다가 2번 홀(파5)에서 이글을 기록하며 단숨에 두 타 차로 추격했지만, 김효주는 흔들림 없이 자신의 플레이를 이어갔다. 4번 홀(파4)에선 쉽지 않은 위치에서 칩 인 버디를 잡아냈고, 8번 홀(파4)에선 샷 미스로 더블보기를 범하는 위기를 맞았지만, 10번 홀(파3)과 12번 홀(파5)에서 침착하게 버디를 낚아 격차를 유지했다.

지난주 파운더스컵 최종 라운드에서 공동 선두까지 올랐던 코르다는, 이날 중반 이후 더 이상 추격하지 못한 채 준우승에 머물렀다. 김효주는 우승 후 방송 인터뷰에서 “이런 날이 오네요”라며 기쁨을 드러내면서 2주 연속 우승 경쟁을 펼친 코르다에 대해 “배울 점이 많은 선수라, 덕분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며 치켜세웠다.

김효주의 이날 우승으로 올 시즌 ‘태극낭자 돌풍’도 한층 기대를 모으게 됐다. 이달 초 마무리된 블루베이 LPGA에서 이미향(34·볼빅)이 한국 선수의 시즌 첫 승을 신고한 데 이어, 김효주가 내리 두 대회 정상에 오르며 상승 흐름이 뚜렷하다. 올 시즌 열린 6개 대회 가운데 절반을 한국 선수가 차지한 것이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총 33개 대회가 예정된 올 시즌 한국 선수들이 10승 이상 합작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한국 선수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7년과 2019년 각각 15승씩 합작하며 LPGA 무대를 평정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신규 선수들의 LPGA 무대 진출이 줄고, 전반적으로 경쟁력이 저하되며 최근 5년 사이 한 시즌에 7승(2021년)을 넘긴 적이 없다. 2021년에도 고진영이 홀로 5승을 책임졌다.

그러나 올해 분위기는 다르다. CME 글로브 포인트에서 김효주와 이미향이 각각 1위와 6위에 올라 있는 데다, 유해란(9위)과 양희영(12위) 김아림(13위), 김세영(14위), 최혜진(15위), 이소미(16위)까지 20위권 내에 8명이 포진하며 고른 활약을 펼치고 있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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