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영혼을 깨우는 몸짓, 앨빈 에일리의 ‘계시’가 온다

2026-03-20 (금) 12:00:00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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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다 관객 동원한 현대 무용 성전

▶ 25~29일 도로시 챈들러 파빌리온

영혼을 깨우는 몸짓, 앨빈 에일리의 ‘계시’가 온다

앨빈 에일리 무용단이 선보이는 ‘계시록’ 중 고통의 순례를 표현하는 장면. [뮤직센터 제공]

현대 무용의 전설이 다시 LA 뮤직센터를 찾는다. 글로리아 카프만의 뮤직센터 댄스 프로그램의 2025-2026 시즌 야심작이다.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무용단 중 하나인 ‘앨빈 에일리 아메리칸 댄스 시어터’(Alvin Ailey American Dance Theater)가 25일부터 29일까지 도로시 챈들러 파빌리온 무대에 오른다.

특히 모든 공연의 대미를 장식할 에일리의 불후의 명작 ‘계시’(Revelations)는 시대를 초월한 감동을 예고하고 있다.

1960년 초연된 이후 ‘계시’는 전 세계 무용 역사상 가장 많은 관객이 관람한 현대 무용 작품으로 기록돼있다. 앨빈 에일리가 자신의 어린 시절 기억, 즉 텍사스 남부의 흑인 침례교회에서 보낸 ‘피의 기억’을 바탕으로 안무한 이 작품은 흑인 영가, 가스펠, 그리고 블루스를 완벽하게 결합한 예술의 결정체다.


‘계시’는 크게 세 가지 장으로 나뉘어 인간의 영적 여정을 그려낸다.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고통의 순례’(Pilgrim of Sorrow)는 억압과 고난 속에서 구원을 갈구하는 인간의 모습을 담는다. 무용수들은 갈색 톤의 의상을 입고 바닥을 향해 몸을 굽히며 중력을 거스르기보다 수용하는 움직임을 통해 깊은 슬픔과 간절한 기도를 형상화한다.

두번째 장은 ‘나를 강으로 데려가주오’(Take Me to the Water)이다. 정화와 세례의 과정을 보여주는 이 장은 시각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장면 중 하나다. 흰색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이 거대한 푸른 천을 이용해 강물을 표현하며 영적인 정화와 재탄생의 기쁨을 춤으로 승화시킨다.

‘바위여, 나를 숨겨주오’(Rock-a My Soul in the Bosom of Abraham)라는 부제를 지닌 마지막 장은 축제 그 자체이다. 노란색 의상을 차려입은 무용수들이 부채를 들고 등장하여 아프리카계 미국인 교회의 활기찬 주일 예배 풍경을 재현한다. 인간의 생명력과 희망, 그리고 신앙 안에서 느끼는 순수한 희열이 폭발하며 객석의 관객들까지도 어깨를 들썩이게 만든다. 이번 시즌은 신임 예술 감독 알리시아 그라프 맥의 리더십 아래 더욱 진화한 단체의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다. ‘계시’라는 고전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가운데 현대적 감수성을 담은 신작들이 프로그램을 풍성하게 채운다.

총 7회 공연하며 프로그램 A와 B로 나뉘어져있다. A는 단체의 창의적 에너지가 돋보이는 ‘블링크 오브 아이’와 LA 프리미어 작품 ‘디프런스 비트윈’이 포함되어 신구의 조화를 보여준다. B는 사회적 메시지와 현대적 감각이 극대화된 ‘더 홀리 블루스’와 ‘임브레이스’가 LA 관객들에게 첫 공개된다.

춤을 통해 인간의 기쁨과 고통, 희망을 동시에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이번 공연은 놓칠 수 없는 무대다.

티켓 가격은 60달러 부터. 웹사이트 www.musiccenter.org/tickets-free-events/tmc-arts/dance/alvin-ailey-american-dance-theater/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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