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 고강도 통상 압박에 ‘고육책’… 애플 이어 중국 기업도 요구할 듯

2026-03-02 (월) 12:00:00 우영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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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퍼 301조 등 관세 카드 예고에 대미 협상력 위해 불가피한 결정

정부가 2007년 구글의 첫 요청 이후 19년 만에 고정밀 지도 반출을 허용한 배경에는 미국의 강력한 통상 압박이 자리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제동에 대응해 ‘슈퍼 301조’를 포함한 강력한 카드를 예고한 상황에서 지도 반출 문제가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는 고려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 관세 협상을 앞두고 대미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의미다.

그간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우리 정부의 지도 데이터 반출 규제를 망 사용료 문제,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 등과 함께 대표적인 ‘디지털 비관세 장벽’으로 지목해왔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최근 대미투자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구글에 고정밀 지도 반출 등 디지털 서비스 비관세 장벽이 해소되지 않으면 관세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아울러 미측은 여러 경로를 통해 디지털 이슈에서 자국 기업을 차별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제동에 무역법 301조를 언급하는 등 강경 드라이브를 거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무역법 301조는 미국의 무역을 제한하거나 부담을 주는 외국 정부의 부당하거나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행동, 정책, 관행에 관세 부과 등을 통해 대응할 권한을 행정부에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상 행정부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다른나라에 관세 대응을 할 수 있다.


정부는 구글 측이 정부가 제시한 조건을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부가 데이터의 통제권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원본 데이터는 국내 제휴 기업의 국내 서버에서 가공하고 정부의 검토·확인을 거친 데이터만 반출할 수 있다. 등고선 등 안보상 민감한 정보는 제외했고, 조건 불이행 시 허가 중단·회수도 명시했다. 정부와 상시 소통할 수 있는 전담관도 상주시켜야 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구글이 그간 국내 법률을 적용받지 않았던 만큼 이번 허가로 국내 법체계 안에 들어온다는 점 역시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봤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구글 신청이 수용되면서 글로벌 빅테크의 반출 신청이 줄을 이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미 애플도 고정밀 지도 반출을 정부에 문의한 만큼 구글과 비슷한 조건에서 반출이 허용될 가능성이 높다.

<우영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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