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젠 실험 아닌 주류?…글로벌 안방 점령하는 ‘한일합작’ 드라마

2026-02-18 (수) 12: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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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사통’, ‘메리 베리 러브’ 등 양국 배우 교차출연 늘어

▶ ‘드림 스테이지’, ‘내남결’ 일본판 등 공동 제작 사례도

이젠 실험 아닌 주류?…글로벌 안방 점령하는 ‘한일합작’ 드라마

넷플릭스 시리즈 ‘이 사랑 통역 되나요?’ 일부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일 합작 콘텐츠가 이젠 단발성 실험의 수준을 넘어 보편화하고 있다. 양국 배우들의 동반 출연부터 제작 시스템 및 지식재산권(IP) 공유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콘텐츠 동맹'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18일(한국시간) 방송가에 따르면 새해 첫 넷플릭스 한국 시리즈로 공개된 '이 사랑 통역 되나요?'에는 일본의 톱 배우 후쿠시 소타를 비롯해 재일교포 배우 현리 등이 고윤정·김선호 등 한국 배우 및 제작진과 함께 호흡을 맞췄다.

단순히 한국 작품에 일본 배우를 섭외하는 수준을 넘어 '통역'과 '다국적 로맨스 예능'이라는 키워드를 활용해 한일 양국의 각기 다른 언어와 풍경, 문화 등을 섬세하게 그려낸 이 작품은, 넷플릭스 비영어 쇼 부문 2주 연속 글로벌 1위를 기록하며 한국과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또 현재 일본 지상파 방송사 TBS에서 방영 중인 나카무라 도모야 주연의 드라마 '드림 스테이지'는 한국 CJ ENM과 일본 TBS가 공동 제작한 작품이다.

아이돌을 꿈꾸는 한국의 한 중소 기획사 연습생들과 일본의 천재 프로듀서가 데뷔를 향해 함께 나아간다는 설정을 통해 한국의 K팝 문화를 일본 드라마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하연수, 이이경, 김재경 등 한국 배우들의 대거 출연으로 한일 합작 콘텐츠의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한 이 드라마는 국내에서도 일본 문화 전문 채널인 채널J와 tvN, OTT 플랫폼 티빙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한일 양국의 협업은 간헐적인 이벤트에 가까웠다.

지난해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오구리 슌·한효주 주연의 일본 시리즈 '로맨틱 어나니머스'나 2024년 쿠팡플레이가 공개한 이세영·사카구치 겐타로 주연의 시리즈 '사랑 후에 오는 것들' 등은 한일 양국의 배우가 한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이제는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대형 제작사를 중심으로 '한일 합작'이 하나의 거대한 주류 장르로 자리 잡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한일 양국 배우들의 교차 출연이다.


먼저 디즈니+는 한국 배우인 지창욱과 일본 배우인 이마다 미오 주연의 로맨스물 '메리 베리 러브'를 올해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고, 넷플릭스에서도 손석구·나가야마 에이타 주연의 스릴러물 '로드', 옥택연·이소무라 하야토 주연의 퀴어물 '소울메이트' 등을 올해 공개작 라인업에 포함했다.

한일 양국 배우들이 한 화면에 담기는 모습이 더 이상 생경하지 않게 된 것이다.

단순한 출연진의 혼합을 넘어 제작 시스템 자체를 결합하는 시도도 활발하다. 지난해 공개된 '내 남편과 결혼해줘' 일본판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CJ ENM 재팬과 스튜디오드래곤이 기획을 맡고, 한국 제작사 자유로픽쳐스와 일본 제작사 쇼치쿠가 제작에 참여한 이 드라마는 앞서 국내에서 제작된 동명의 드라마를 리메이크하는 대신 원작 IP인 한국 웹소설을 일본 버전으로 다시 각색한 것이 특징이다.

이 작품은 일본 최대 OTT인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 공개된 지 한 달 만에 역대 아마존 오리지널 드라마 중 일본 내 시청자 수 1위를 기록하며, 지난해 가장 성공한 한일합작 콘텐츠 제작 사례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판과 일본판 제작을 모두 이끈 손자영 스튜디오드래곤 프로듀서는 "한일 양국의 문화와 시청자의 관점 차이에 주목했다"며 "한국은 보다 직관적인 전개에 초점을 뒀다면, 일본은 섬세한 감정 표현과 인간관계에 중점을 두어 두 가지 버전의 드라마를 완성했다"고 일본판 제작 과정을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한일 합작 콘텐츠가 늘어나는 원인으로 글로벌 OTT의 영향력 확대와 열악해진 국내 콘텐츠 제작 여건, 일본의 거대한 내수 수요 등을 꼽고 있다.

넷플릭스나 디즈니+ 같은 글로벌 OTT에서는 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해 한일 양국의 시청층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합작 콘텐츠가 효율적인 카드가 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여기에 최근 콘텐츠 제작비가 치솟으면서 국내 방송 시장과 광고 수익만으로는 제작비 회수가 어려워진 제작사들 입장에선 공동 제작을 통해 제작비는 분담하고 한일 양국 시장에서 수익을 동시에 창출해 리스크를 줄이려는 계산도 함께 담겨 있다.

국내 한 대형 제작사 관계자는 "한국 콘텐츠는 글로벌 파급력을 가지고 있으며, 일본 콘텐츠는 현지에서 충성도가 높다"며 "양국 합작을 통해 기존 한국 드라마 팬과 일본 드라마 팬을 아우르며 시청자 저변을 확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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