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존 스타인벡(John Steinbeck)은 미국 현실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다. 그는 1902년 캘리포니아 살리나스(Salinas)에서 태어났으며, 그 계곡의 농촌 풍경과 노동 현장이 그의 작품 세계의 토대가 되었다.
『생쥐와 인간』(Of Mice and Men, 1937)은 2년 뒤에 발표된 『분노의 포도』, 그리고 1952년에 출간한 『에덴의 동쪽』과 함께 그의 대표작으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문학적 성취를 바탕으로 1962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스타인벡은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통해 사회의 양심을 묻고, 고통 속에서도 인간이 지켜야 할 존엄을 끝까지 탐색한 작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 소설은 조지와 레니라는 두 농장 노동자가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레니는 몸이 크고 힘도 세지만 지적 장애가 있는 인물이다. 그는 부드러운 것을 좋아하지만 자신의 힘을 조절하지 못해 종종 사고를 일으킨다. 주머니에 생쥐를 넣어 다니며 쓰다듬어 주다가도 힘이 지나쳐 죽게 만들기도 한다. 왜소한 체구의 조지는 레니를 이끌고 보호하며 그와 함께 살아간다. “레니만 없으면 자유롭게 살 텐데” 하고 투덜대면서도, 그는 끝내 레니를 버리지 못한다. 그러나 두 사람이 함께하는 삶은 늘 고달프다.
이 작품은 미국 대공황기의 어려운 사회 현실을 배경으로 한다. 조지는 이전 직장에서 사고를 저지른 레니를 데리고 새로운 농장을 찾아 나선다. 레니 때문에 늘 불안에 시달리던 조지는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면 도망치라며 숨어 있을 장소까지 미리 정해 준다. 그런 그들에게는 둘만이 간직한 소박한 꿈이 있다. 작은 땅을 사서 집을 짓고 농사를 지으며 토끼를 키우고 사는 것이다. 그 꿈은 고단한 현실을 견디게 하는 유일한 희망이기도 하다.
농장의 합숙소에 도착한 뒤에도 레니의 존재가 걱정된 조지는 사람들에게 레니는 부족하지만 큰 문제는 없다고 설명한다. 사람들은 문제만 일으키지 않으면 괜찮다며 그들을 받아들인다. 이후 농장에서 함께 사는 사람들의 각기 다른 사연이 하나둘 드러난다. 팔을 다친 잡역부 역시 앞날이 막막하여 자신이 모아 놓은 돈을 보태 그들의 꿈에 함께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나 비극은 예기치 않게 찾아온다. 어느 날 레니는 주인 아들의 아내 머리카락을 만지다 여자가 공포에 질려 몸부림치자, 레니는 그녀를 놓지 못한 채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한다. 도망친 레니를 약속된 장소에서 찾아낸 조지는 꿈은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하며 레니에게 총을 쏜다. 분노한 사람들에게 린치를 당하게 둘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한동안, 총을 쥐었던 자신의 손을 말없이 바라본다.
『생쥐와 인간』이라는 제목의 의미에 대해서 오래 생각해 보았다. 작가는 로버트 번스(Robert Burns)의 시 『쥐에게』(To a Mouse, on Turning Her Up in Her Nest with the Plough)에서 제목을 가져왔다고 했다. 쥐와 인간이 아무리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도 그 계획은 어그러지기 마련이다. 작가는 인간의 계획과 좌절, 연약한 존재의 운명을 소설의 핵심 주제로 확장했다고 한다.
이 작품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극심한 대공황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현실과 꿈, 노사 관계, 백인과 유색인종이 살아가는 방식 등 많은 내용이 있다. 그러나 끝까지 이어지는 중심 이야기는 결국 ‘꿈’이다. 아주 소박한 꿈, 작은 땅과 조그만 집, 그리고 토끼를 키우며 살아가는 삶. 그토록 작은 바람조차 쉽게 허락되지 않는 현실 때문에 비극적이다.
『생쥐와 인간』은 흔히 희곡적 소설이라고 불릴 만큼 극적 특성이 두드러진 작품이다. 나흘간의 짧은 시간 안에 이야기가 전개되며, 설명적 진술을 배제하고 정경 묘사와 인물들의 대화를 중심으로 서사를 이끌어 간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여러 차례 연극과 영화로 각색되었다.
세월이 흐르며 환경이 많이 달라졌지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 또한 여전히 쉽지 않다. 인간은 연약하고, 의도치 않게 또는 환경 때문에 꿈은 쉽게 좌절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꿈을 꾸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이 삶을 움직이게 하는 근원이기 때문이다. 존 스타인벡은 1968년 뉴욕에서 생을 마감했다. 사회적 글쓰기를 많이 했던 그가 지금 살아있다면 어떤 글을 쓸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아마도 그에게는 쓰고 싶은 이야기가 많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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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영 재미수필가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