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경] 김치본드의 부활
2026-02-10 (화) 12:00:00
홍병문 / 서울경제 논설위원
한국은행은 2011년 금융회사들의 ‘김치본드’ 투자를 사실상 금지시켰다. 기업들이 원화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외화를 대출받는 편법 수단으로 김치본드를 활용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국은행은 ‘외국환 거래 업무 취급 세칙’ 개정안을 마련했고 그해 7월부터 시행했다. 이에 따라 외국은행 국내 지점 등 외국환 업무 취급 기관들은 김치본드에 투자할 때 사용 목적을 반드시 확인해야 했고 원화 환전 목적으로 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에는 투자할 수 없게 됐다.
■김치본드란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김치와 채권을 의미하는 본드(Bond)의 합성어로 국내 발행 외화 표시 채권을 뜻한다. 김치본드와 비교되는 ‘아리랑본드’는 우리나라에서 원화를 조달할 목적으로 외국 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을 말한다. 김치본드는 액면 금액이 1000만 달러 등 외화로, 아리랑본드는 100억 원 등 원화로 표시된다. 기업들은 달러 금리가 원화 금리보다 낮은 경우 김치본드를 발행하면 일반 채권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기업들이 낮은 금리를 활용해 발행한 김치본드의 달러 자금을 원화로 전환하기 위해 팔면 원·달러 환율은 하락할 수 있다. 달러 대비 원화값이 상대적으로 비싼 시기에는 원·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에 금융 당국의 부담이 커진다.
■지난해 6월 한국은행이 김치본드에 대한 외국환 업무 취급 기관의 투자 제한을 해제한 이후 올 들어 국내 기업의 김치본드 발행이 줄을 잇고 있다.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이 각각 2000만 달러, 5000만 달러 규모의 김치본드 발행에 성공했다. 롯데물산은 이달 초 1억 달러 규모의 김치본드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3억 달러의 자금을 모았다. 최근 원화값 하락 속에 환율 방어에 나선 금융 당국의 지원에 김치본드 발행 규모는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 낮은 금리의 자금 조달을 위한 김치본드 활용이 급증하면 자칫 단기 외화 차입금 급증과 환율 급변동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당국은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홍병문 / 서울경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