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미, 대미 투자 1호 ‘에너지’ 꼽지만… 특별법 지연에 발목

2026-02-07 (토) 12:00:00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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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행정부, 에너지 분야에 관심
▶ 한국기업 참여 유리하고 상업성 갖춰

▶ 김정관 산업 장관도 긍정 반응 불구
▶ 기금 설치·절차 마련돼야 결정 가

한미, 대미 투자 1호 ‘에너지’ 꼽지만… 특별법 지연에 발목

김정관(오른쪽) 산업통상부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워싱턴 상무부 회의실에서 양국 국기를 옆에 두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산업통상부 제공]

한미 관세 협상의 조건인 대(對)미 투자 중에서도 미국은 에너지 분야에 특히 관심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굵직한 에너지 기업이 있는 한국 입장에서도 유리한 분야지만 ‘한미전략적투자관리를 위한 특별법’(대미투자특별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우리가 자신있게 카드를 내밀기 어려운 게 문제다.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 선정과 집행은 특별법 제정 이후에야 가능해 통상 당국과 재계의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6일 통상 당국과 재계 등에 따르면 미국은 대미 투자 프로젝트 후보군으로 에너지 분야를 제시하고 있다. 이에 양국은 원자력발전소 건설 등 여러 방안을 협상 테이블에 올리고 논의를 이어가는 중이다. 아울러 총 3,500억 달러 중 1,500억 달러 투자를 약속한 조선 분야도 동시에 논의하고 있다.

에너지 분야 중 원전은 한미가 지난해 초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협력을 약속해왔다. 미국은 원전산업 명맥이 끊겼지만 앞으로 수요가 예상돼 건설·운영 능력을 갖춘 한국이 협력하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NH투자증권은 “미국 원전산업 인력은 5만7,900명 수준이지만 신규 원전 건설에 투입 가능한 인력은 2,100명뿐”이라며 “미국 정부가 대형 원전 10기 건설 계획에 진심이라면 한국 원전업계를 포함한 민관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에너지 프로젝트는 대미 투자 MOU 취지에 부합해 속도를 내기도 용이하다. 사실상 미국에 유리한 투자 구도 속에 한국은 최대한의 실익 확보를 위해 ①충분한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상업적 합리성’을 갖출 것 ②공급업체 선정 시 가용한 경우 한국 업체를 선정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뒀다. 에너지 사업은 전기요금으로 현금흐름이 안정적으로 발생하고 경쟁력을 갖춘 우리 기업들이 많아 이런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

협상 전면에 나선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역시 에너지 프로젝트에 긍정적이다. 김 장관은 최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같은 이유를 들며 양국이 윈-윈 할 수 있는 프로젝트로 원전과 전력망을 꼽았다.

어떤 프로젝트가 1호로 선정될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11월 발의된 대미투자특별법이 국회 통과 전이라 정부로서는 의사결정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다. 특별법에 대미 투자의 근간이 되는 ‘한미전략투자기금’ 설치와 절차 등이 담겨 법 통과 없이는 실질적 진전이 어렵다. 최근 방미한 김 장관과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법 통과를 강조한 것도 그래서다. 한 정부 인사는 “우리는 법이 갖춰져야 무언가 (행동을) 할 수 있어, (현 상황에) 미국 측이 답답함을 느낄 만하다”고 했다.

통상 당국 관계자는 “법이 없어 책임 있는 논의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지만 (법 통과 이후) 절차를 추후에 밟더라도 어떤 분야 투자가 적합할지 미국과 소통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여러 논의가 오가는데, 국회의 이해도 구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경제인협회·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6단체는 전날 조속한 특별법 입법을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단체들은 “우리 기업들이 관세 불확실성에 노출되지 않도록 조속한 합의를 통한 2월 내 국회 통과를 간곡히 요청한다”며 “특별법으로 국내 기업들이 대미 투자를 차질 없이 집행해 글로벌 경쟁력이 유지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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