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장동 이어 위례 비리도…검찰, ‘실익 없다’ 항소 포기

2026-02-04 (수) 09:2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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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무부 수사지휘 없이 대검과 숙의해 결정”…기한만료 4시간前 공지

▶ 남욱·정영학·유동규 무죄 확정…李대통령 관련 재판도 영향받을 듯

대장동 이어 위례 비리도…검찰, ‘실익 없다’ 항소 포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맨 왼쪽부터),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위례 신도시 개발 비리 의혹으로 기소된 민간업자들에 무죄를 선고한 1심 판단에 대해 검찰이 항소를 포기했다.

서울중앙지검은 항소 기간 마지막 날인 4일(이하 한국시간) "법리 검토 결과 및 항소 인용 가능성 등을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항소를 포기한다는 검찰의 언론 공지는 이날 오후 7시 45분께 나왔다. 항소 기간 만료를 4시간 15분가량 남겨둔 때다.

검찰 관계자는 "대검과의 숙의 끝에 항소 제기를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라며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하거나 따로 지침을 내린 바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이춘근 부장판사는 지난달 28일 부패방지권익위법(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에게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에 대한 검찰의 구형량은 각각 징역 2년이었다.

재판부는 민간업자들이 위례 개발사업 추진 당시 확보한 정보가 부패방지법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봤다. 외부에 알려질 경우 경쟁 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있고 공직자와 민간업자가 유착해 사회 불신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이러한 비밀을 이용해 피고인들이 취득한 것은 사업자 지위일 뿐, 공소사실에 적시된 '배당이익'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별개의 행위 및 제3자 행위가 이뤄져야 했다고 판단했다.

성남시의 계획 승인, 심사, 분양, 아파트 시공 등 후속 단계를 거쳐야 배당금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사업자 지위와 배당이익이 직접적인 인과관계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민간업자들은 모두 무죄가 확정됐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추징·보전된 재산들의 동결도 모두 풀릴 것으로 보인다.

성남시장으로 일할 당시 위례 신도시 개발을 추진·승인해 민간업자들에게 이익을 몰아준 혐의로 별도 기소된 이재명 대통령 관련 재판 역시 차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해당 재판은 대장동·백현동 개발 비리 및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관련 사건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6월 대통령 당선 이후 중단된 상태다.

검찰이 항소 포기 이유로 '인용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항소의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검찰이 1심 판결 내용을 고려해 재산상 이익을 배당 이익이 아닌 사업권으로 바꿔 공소장을 변경한다고 하더라도 범행 시점이 사업권을 따낸 2013년 12월인 탓에 부패방지법의 공소시효(7년)를 넘기게 된다.

검찰이 피고인 전원 무죄가 선고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검찰은 앞서 위례 사건과 피고인 및 범행 구조가 유사한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에서도 1심 무죄 부분에 대해 항소를 포기한 바 있다.

당시 1심은 업무상 배임 혐의 등을 유죄로 판단해 김만배씨에게 징역 8년과 428억원의 추징금을,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는 각각 징역 4년과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또 유 전 본부장은 징역 8년과 벌금 4억원을, 정민용 변호사는 징역 6년 및 벌금 38억원, 추징금 37억2천200만원을 각각 선고받았다.

다만, 재판부는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손해액을 특정할 수 없다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는 무죄로 봤는데 검찰은 이 해당 혐의의 항소를 단념한 것이다.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 2심에선 형사소송법상 '불이익변경 금지'(제368조) 원칙에 따라 원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된다. 추징금도 1심 선고액 이상을 추징할 수 없다.

검찰의 항소 포기 이후 수사팀의 항소 의견을 대검찰청 지휘부가 묵살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검사장들이 단체 성명을 내는 등 거센 반발이 터져 나왔다.

논란 속에 검찰 최종 결정권자인 노만석 당시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사퇴했고, 검찰 고위 간부들이 대거 좌천·사직하는 등 후폭풍이 이어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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