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산한 소설을 쓴 작가답지 않게 동화 같은 시를 남긴 에드거 앨런 포. 그는 예민하고 이중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 지금 내가 서 있는 ‘포의 공원’ 풍경 또한 그의 내면을 닮았다. 허물어질 듯 낡은 목조 건물과 웅장하고 현대적인 박물관이 한 울타리 안에서 어색하게 공존한다. 이곳은 포가 「애나벨 리(Annabel Lee)」와 「유레카」를 집필하던 장소다. 하얀 목조 건물은 지붕이 낮고 옆으로 길게 뻗은 2층 구조로, 그가 1846년부터 3년간 머물렀던 집이다.
그는 병세가 악화된 어린 아내 버지니아를 위해 맑은 공기를 찾아 이곳으로 왔다. 포의 정성 어린 간호에도 그녀의 삶은 되돌릴 수 없었다. 1847년 1월, 버지니아는 스물네 살의 나이로 숨을 거두었다. 결혼한 지 11년 만의 일이었다. 불우하고 암울했던 포의 삶에 한 줄기 빛이었을 아내의 죽음은 그를 절규와 절망 속으로 몰아넣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집 안에는 씁쓸한 슬픔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듯하다. 침실에는 작은 침대 하나가 놓여 있다. 바로 이곳에서 그녀는 마지막 숨을 거두었다. 난로에 땔 장작조차 없어 포는 자신의 낡은 재킷을 덮어주었다고 한다. 좁은 계단을 올라가자 포의 흉상이 내려다본다. 깊고 어두운 눈빛, 그림자가 드리운 이마가 더욱 침울하다. 방 한쪽의 흔들의자는 짧은 흔들림을 남긴 채 멈춰 있다.
<옛날 아주 먼 옛날 / 어느 바닷가 왕국 / 그곳에 살던 한 소녀 / 그 이름 애나벨 리…>
익숙한 시구가 떠오른다. ‘젊고 아름다운 여인의 죽음.’ 포가 평생 집착했던 이 테마는 그의 비극적 삶을 대변한다. 하얀 눈 속에서 가련하게 숨을 거둔 아내는 그의 시 속에서 바닷가 왕국의 소녀로 환생한다. 천사들조차 질투할 만큼 순수한 사랑, 죽음조차 갈라놓지 못하는 영원의 연모. 절망의 한복판에서도 그는 끝내 사랑을 노래했다.
포는 정에 굶주린 사람이었다. 아버지는 가정을 버렸고, 어머니는 무대에서 연기하다 폐결핵으로 요절했다. 양부 존 앨런과의 관계도 평탄하지 않았다. 대학 성적은 우수했으나 술과 도박으로 퇴학당했고, 군대에서도 쫓겨났다. 방황 끝에 잡지 편집과 집필로 생계를 이어갔지만 늘 가난했고 과로에 시달렸다. 버지니아와의 결혼은 그의 유일한 안식처였으나, 그녀의 죽음 이후 그는 걷잡을 수 없이 무너졌다.
그의 작품 속 화자 대부분이 ‘나’로 호명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독자를 증인으로, 때로는 공범으로 끌어들이는 서사. 『모르그 가의 살인사건』의 뒤팽은 추리소설의 원형을 제시했고, 계산된 반전과 치밀한 구조는 독자를 끝까지 붙잡는다. 공포와 광기, 논리와 역설이 교차하는 그의 문학에는 삶의 고통이 깊이 배어 있다. 포는 마흔 살의 젊은 나이에 볼티모어에서 인사불성 상태로 발견되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발견 당시 입고 있던 옷이 본인의 것이 아니었다는 점, 의료 기록이 소실된 점 등으로 그의 죽음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Nevermore.” 그 음산한 울음이 멀리서 메아리친다. 방명록에 한글로 이름을 남기며 생각한다. 미국 최초의 전업 작가였지만 늘 가난했고, 젊은 나이에 객사한 그의 삶. 그러나 그는 죽은 뒤에야 작품 속에서 더욱 또렷이 살아난다. 아니, 그의 작품 안에서 그는 늘 다시 돌아온다. 『황금 벌레』의 마지막 문장처럼 속삭이면서.
“자, 그럼 다시 돌아가야겠다. 아직 절망하기엔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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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 수필문학가협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