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디지털 SAT도 부정행위…“문제 해킹·유출 우려”

2026-02-02 (월) 07: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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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기반 사이트서 실전 문제 유출 의혹

▶ 시험 직후 온라인 게재 보안 뚫는 소프트웨어도

종이 시험으로 치러지던 SAT가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된 지 3년여 가 된 가운데 새로운 형태의 대규모 부정행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31일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시험 문제 유출과 보안 우회 소프트웨어 사용 정황이 잇따라 포착되면서 시험의 공정성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SAT 시험을 주관하는 칼리지보드는 3년 전부터 전면 디지털화를 단행, 연필 대신 개인 노트북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문제 유형을 수험생마다 다르게 구성해 부정행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같은 보안 체계가 결코 완벽하지 않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치러진 디지털 SAT 문제로 보이는 문항들이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사이트, 특히 중국에 서버를 둔 것으로 추정되는 웹사이트들에 다수 게시된 정황이 확인됐다.

실제 유럽의 명문 기숙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한 SAT 강사는 시험 문제 유출 정황을 포착, 이메일을 통해 칼리지보드에 경고했다고 NYT는 전했다. 익명을 요청한 이 강사는 “이는 단일 시험지 유출이 아니라 수년에 걸쳐 진행된 글로벌 규모의 시험 자료 침해”라고 지적했다.

문제의 핵심 사이트 중 하나는 ‘bluebook.plus’로, 실제 시험 운영 플랫폼인 ‘블루북(Bluebook)’을 모방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이트는 유료로 ‘연습문제’를 제공한다고 주장하지만, 일부 문항이 실제 시험 문제와 매우 유사하거나 동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웹 트래픽 분석업체에 따르면 이 사이트는 지난해 11월 한 달에만 약 87만5,000명의 방문자를 기록했으며, 도메인 정보상 중국에 기반을 둔 것으로 추정된다.

칼리지보드에 제보한 강사는 일부 유출 문항이 실제 SAT 문제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미 퇴출된 과거 문제와 비교한 결과, 시험 직후 온라인에 게시된 문항이 기존 문제와 거의 동일했다는 것이다.

일부 문항은 시험 직후 거의 동시에 온라인에 게시돼, 시차가 있는 지역 수험생이 문제를 미리 접하는 이른바 ‘타임존 부정행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텔레그램, 스크리브드, 구글 문서 등을 통한 문제 공유도 확인됐으며, 저작권 침해 신고로 일부 자료는 삭제됐다.

칼리지보드는 성명을 통해 SAT 부정행위는 전체 응시자의 1%에도 못 미치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디지털 전환 이후 전체 점수 분포도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일부 해외 시장에서는 오래전부터 시험 문제를 공유하거나 조작하려는 조직적인 시도가 이어져 왔다고 인정했다. 디지털 SAT는 응시 초반 성과에 따라 이후 문제 난이도가 달라지는 ‘적응형 시험’이며, 수십만 개의 문항 풀에서 문제가 출제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시험 중 화면 캡처, 보안 회피용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사용 정황도 확인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마우스로 위장한 영상 캡처 장치, 보안 감지를 피하는 가상 환경 프로그램(샌드박스), 외부 인물이 원격으로 수험생 컴퓨터를 조종해 시험을 대신 치르는 방식까지 공공연히 논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중 상당수가 사기일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면서도 “완벽한 시스템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표준화 시험 부정행위는 새로운 문제가 아니다. 과거 ‘바시티 블루스’ 입시 비리 사건에서는 대리 시험, 답안 조작 등이 적발됐고, 종이 시험 시절에도 문제 도난 사례가 있었다.

SAT 외에도 LSAT, GRE 등 다른 디지털 시험에서도 유사한 보안 침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일부 경영대학원과 로스쿨은 실제로 부정행위 의혹이 제기된 학생들의 입학 허가를 취소한 바 있다.

시험 보안 전문가들은 특히 개인 노트북 사용 허용이 가장 취약한 고리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코넬대 법대에서는 지난해 12월 기말시험 중 원격 대리 응시자가 시험 화면을 캡처해 온라인에 게시한 사건이 발생해 조사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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