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확장억제’ 언급없는 트럼프 국방전략…美핵우산 공약 변화?

2026-01-26 (월) 01: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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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팩트시트에 명기되고 관련 회의도 개최…美정책변화 조짐은 없어

▶ ‘美우선주의’ 입각한 기술로 ‘미국의 부담 요소’ 적시 안했을 가능성
▶ 동맹국은 우려, 적성국은 대담하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

‘확장억제’ 언급없는 트럼프 국방전략…美핵우산 공약 변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방정책 기조를 담은 최신 미 국방전략(NDS)에 동맹국에 대한 핵우산 제공을 의미하는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 언급이 빠져 주목된다.

지난 23일 공개된 NDS에서 동맹국에 재래식 억지력뿐 아니라, 미국 본토와 같은 수준의 핵억지력을 제공한다는 의미인 '확장억제'는 적시되지 않았다.

이번 NDS는 미국의 핵무력 운용과 관련, "우리는 우리나라에 대한 전략적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견고하고 현대적인 핵 억지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NDS는 이어 미국 본토 방어와 관련, "미국은 국가의 전체 전략과 국방 전략에 부합하는 강력하고 안정적이며 효과적인 핵무기고를 필요로 한다"면서 "우리는 변하는 세계적 핵 구도 속에서 억제와 상황 악화 관리에 집중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면서, 상응하는 핵무력을 현대화하고 적응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은 결코 핵 위협에 취약해서는 안 되며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반적으로 미국이 가진 핵무기를 어떻게 사용할 것이며, 어떤 식으로 현대화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술이 과거에 비해 줄어든 상황에서 동맹국 방어를 위한 확장억제 언급이 빠진 것이다.

이번 NDS는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에 대해 "매우 중요하면서도 더 제한적인 미국의 지원(critical but more limited US support)"을 제공할 것이라고 언급했는데, '중요한 지원'이 결국 확장억제를 포함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지만 그 표현 자체를 명시하진 않은 것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 때인 2022년에 나온 직전 NDS는 "국방부는 미국 본토와, 미국의 확장억제에 의지하는 우리의 동맹 및 파트너들에 대한 공격을 억지하기 위한 궁극적 방어벽인 핵무기를 계속 현대화할 것"이라고 밝히는 한편, 확장억제를 강화할 것이라는 기조를 분명히 했다.

그렇다고 해서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을 폐기한 것은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회담 합의 내용을 담아 작년 11월 나온 공동 팩트시트에는 "미국은 핵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능력을 활용하여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는 문안이 들어갔다.


또 같은 달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에도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은 핵을 포함한 미국의 모든 범주의 군사능력을 운용하여 한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미국의 굳건한 공약을 재강조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지난달에는 한미간 확장억제 협의체인 '핵협의그룹'(NCG) 회의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리기도 했다.

이런 일련의 한미간 합의문과 협의 상황은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이 미국의 정부 정책으로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작년 12월 나온, NDS의 상위 문서 격인 국가안보전략(NSS)은 "우리는 미국인과 미국의 해외 자산, 그리고 미국의 동맹들을 보호하기 위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신뢰할 만하며 현대적인 핵 억지력과, 미국 본토를 위한 '골든돔'을 포함한 차세대 미사일 방어를 원한다"고 적시하며 핵무기의 용도에 '동맹국 보호'를 포함했다.

이런 정황들로 미뤄 트럼프 행정부가 NDS에 확장억제를 명기하지 않았다고 해서 관련 정책에 변화를 주려 하는 것으로 간주하긴 어려워 보인다.

외교가 일각에서는 이번 NDS와 지난달 나온 NSS 모두 서반구(아메리카 대륙과 그 주변) 장악력 강화 기조 및 동맹국의 부담 강화 등 트럼프 대통령과 그 지지자들이 보고 싶어하고, 말하고 싶어하는 이른바 '미국 우선주의' 관련 내용들 중심으로 기술되면서, 미국의 '부담 요소'에 해당하는 확장억제 공약은 빠지게 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제기된다.

그런 정치적 측면을 고려하더라도 굳이 최상위 국방전략 문서에 확장억제 공약을 명기하지 않은 것은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과, 미국의 적성국가들에 주는 메시지 측면에서 우려를 낳는 측면이 있다고 외교가는 보고 있다.

미국의 동맹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본토가 적성국의 핵공격을 당할 우려를 감내해가면서까지 핵우산 공약을 실행할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되면 그것은 결국 핵무기 비확산 측면에서도 긍정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미국발 핵우산에 대한 불안감은 결국 자체 핵무장에 대한 욕구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의 적성국가들 입장에서는 미국의 핵우산 공약이 명확하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 '오판'을 하게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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