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도시 중산층 상황 연구
▶ LA 연 1만6,000달러 빚내
▶ 임금보다 생활비 상승 가팔라
▶ ‘주거 안정정책, 최우선 과제’

중산층은 임금 상승속도보다 더 빠르게 치솟는 주택가격 상승에 힘들어하고 있다. [로이터]
LA에 사는 중산층은 가파르게 오른 집값 등 생활물가로 인해 연간 1만6,000달러에 달하는 빚을 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이 올라도 삶은 더 팍팍해지는 ‘풍요 속의 빈곤’이 LA를 비롯한 미국 대도시 중산층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벌어들인 소득보다 써야 할 기초 생활비가 더 많은 ‘구조적 적자’가 고착화되면서,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었던 중산층 가계가 빚으로 버티는 한계 상황에 직면했다는 지적이다.
최근 야후 파이낸스가 퓨리서치센터의 보고서를 인용해 미국 주요 도시의 중간 가구 소득과 필수 생활비(주거비·식비·교통비·의료비 등)를 비교 분석한 결과, 뉴욕의 중간 가구 소득은 약 7만9,700달러인 반면 연간 생활비는 9만1,900달러에 달해 연간 약 1만2,200달러 이상의 적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LA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LA의 중간 가구 소득은 약 8만366달러지만, 연간 필수 생활비는 9만7,110달러에 달한다. 연간 1만6,744달러가 부족한 것이다. 즉, LA 중산층 가구는 저축은커녕 기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추가 수입이나 부채에 의존해야 하는 ‘적자 인생’이 고착화된 셈이다.
이 같은 적자 구조의 핵심에는 지난 25년간 소득 상승 속도를 압도한 주택 가격 폭등이 자리 잡고 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 등에 따르면 지난 2000년 미 전역의 중간 주택 가격은 약 12만 3,000달러였으나 현재는 40만 달러를 넘어섰다.
특히 LA의 경우 2000년대 초반 20만달러 중반이었던 중간 주택 가격이 현재 약 99만달러(2025년 말 기준)에 육박하며 4배 가까이 뛰었다. 뉴욕 역시 2000년 당시 30만달러대였던 중간 집값이 현재 약 78만달러를 상회한다. 같은 기간 중산층 소득이 약 90% 증가하는 동안 집값은 170~300% 이상 폭등하며 자산과 소득의 불균형이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벌어진 것이다.
물론 이 현상이 모든 도시에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일부 대도시는 여전히 중산층이 재정적 여유를 유지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하고 있다.
시카고의 경우 중간 가구 소득은 약 7만 5,134달러인 반면 연간 생활비는 4만 8,231달러로 분석돼 약 2만 6,900달러의 여유 자금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닉스, 휴스턴, 필라델피아 역시 뉴욕이나 LA와 비교하면 사정이 나은 편이다. 이들 도시는 소득이 생활비를 전면적으로 압도하지는 못해도, 적어도 기본 생활비 때문에 빚을 져야 하는 구조적 적자 단계에는 이르지 않았다. 다만 이들 지역조차 최근 주거비 상승곡선이 가팔라지며 중산층의 숨통을 조이고 있는 상황이다.
미 인구조사국과 브루킹스연구소의 연구 결과도 이 같은 위기설을 뒷받침한다. 브루킹스는 미국 중산층 가구의 약 3분의 1이 거주 지역에서 기본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를 ‘중산층의 구조적 압박’으로 진단한다.
한 경제 전문가는 “임금 상승 속도보다 주거비와 필수 생활비 상승 속도가 훨씬 빠르다”며 “대도시 중산층은 사실상 소득이 늘어도 체감 생활 수준은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른 전문가는 “뉴욕과 LA는 이미 중산층이 적자를 감수하며 버티는 단계에 들어섰다”며 “주거비 안정 없이는 대도시의 소비 위축과 중산층 이탈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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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