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흔들리는 OPEC…트럼프, ‘세계 석유 지도’ 다시 그리나

2026-01-11 (일) 08:4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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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가하락 속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석유 통제 ‘변수’

▶ 트럼프와의 관계도 사우디 등에 부담일듯

국제유가 하락 속에 시장점유율 유지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예상치 못한 변수와 맞닥뜨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공급을 장악, 미국 소비자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시장을 움직이려고 하면서 OPEC이 새로운 변수에 직면하게 됐다고 10일 분석했다.

베네수엘라는 OPEC 창설 멤버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유전을 복구해 생산한 원유를 시장에 내놓는 광범위한 방안을 계획 중이라고 WSJ은 관계자들을 인용해 전했다.

이러한 계획은 세계 석유 지도를 재편할 전망이라고 WSJ은 내다봤다.

미국이 막대한 규모의 자체 원유 생산에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까지 좌지우지하게 되면 공급과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장에 잠재적으로 파괴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석유 공급을 늘려 국제 유가를 배럴당 50달러 수준까지 떨어뜨려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에너지 기업들이 주도권을 쥔 남미 산유국 가이아나에 베네수엘라와 미국의 석유 매장량까지 더하면 전 세계 원유 매장량의 약 30%에 달한다는 추산을 내놨다.

JP모건은 "미국은 세계 석유 시장에서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이 국제 유가를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낮추고 자국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며, 더 나아가 국제 에너지 시장의 패권 구도를 재편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같은 국면은 OPEC에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수익과 시장 점유율은 물론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를 해칠 위험까지 감수하며 공급을 줄여 가격을 떠받칠 것인지에 대한 어려운 문제에 직면해 있다는 게 WSJ의 진단이다.


OPEC을 주도하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우선은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생산을 회복시키는데 수년의 시간과 큰 비용이 드는 만큼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고 WSJ은 보도했다.

반면 다른 걸프 지역의 OPEC 회원국들은 OPEC이 통제할 수 없는 막대한 원유가 미국의 손아귀에 떨어지는 만큼 OPEC의 시장 관리가 더 복잡하고 힘들어질 것으로 본다고 WSJ은 전했다.

OPEC 일부 회원국들의 분석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현재 하루 90만배럴 수준의 원유 생산량을 1∼3년 사이 300만배럴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다수의 시장 분석가들은 베네수엘라의 상황과 무관하게 저유가 국면은 계속될 것으로 관측한다. JP모건은 올해 브렌트유 평균가를 배럴당 58달러로 예측했고 내년에는 가격이 더 내려갈 것으로 봤다.

작년 국제 유가는 공급 과잉과 수요 부진이 겹치면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였던 2020년 이후 가장 큰 연간 하락세를 기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한국 시간 12일 오전 10시30분 기준 배럴당 63.23달러로 작년 1월 고점(82.63달러) 대비 약 31% 떨어졌다.

OPEC과 러시아 등이 포함된 'OPEC +'는 이번 달 4일 회의에서 올해 1∼3월 원유 증산을 중단하는 기존 결정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유가 목표치인 배럴당 50달러는 많은 산유국에 수익을 낼 수 있는 최소치에 해당한다.

시장분석기관 캐피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특히 사우디는 국영 투자 등으로 불어나는 재정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최소 배럴당 100달러 수준의 유가 환경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된다.

영국 런던정경대의 스테펜 헤르토그 교수는 WSJ과의 인터뷰에서 "지속되는 저유가는 사우디에 명백히 더 큰 압박을 가하고 있으며 사우디가 해외 전략 자본을 운용하는 능력을 제한하고 있다"며 "현재 걸프 산유국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환심을 사고자 대규모 투자 약속 경쟁을 벌이는 만큼 이는 사우디에 불리한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OPEC은 사우디, 이라크, 이란, 베네수엘라, 쿠웨이트가 1960년 결성한 이후 중동과 아프리카 등지의 산유국 10여곳으로 회원국이 확대됐다.

미국·브라질·가이아나 등이 석유 생산을 늘리면서 OPEC의 영향력이 이미 줄어드는 추세라고 WSJ은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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