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레딧·예금’ 금리 소폭 하락
▶ 모기지 이자율 영향 거의 없어
▶ 변동 이자율은 소폭 하락 기대
▶ 기업 대출 비용↓, 사업 확장 등

연준이 최근 올해 들어 세 번째로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인하폭은 0.25%포인트의 소폭으로 소비자 재정에 당장 영향을 미칠 것으로는 전망되지 않는다. [로이터]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10일 올해 들어 세 번째로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인하폭은 0.25%포인트의 소폭으로 모기지 대출이나 자동차 할부 이자율과 같은 소비자 재정에 당장 영향을 미칠 것으로는 전망되지 않는다. 연준의 금리 조정은 은행이 대출금리를 정할 때 참고하는 여러 기준 중 하나로, 이번 기준금리 인하조치가 중장기적으로 시중 금리가 완만히 하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금리 인하가 모기지 대출, 자동차 대출, 예금금리 등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과거 연준이 금리를 내렸을 때 어떤 변화가 나타났는 지와 함께 함께 짚어본다.
■ 연준의 금리 인하 의미연준의 금리 결정은 ‘연방기금금리’(Federal Funds Rate)를 조정하는 것이다. 연방기금금리는 은행들 사이에서 서로 돈을 빌릴 때 적용되는 기준금리로, 은행은 이 비용이 낮아지면 고객에게도 더 낮은 금리를 적용하면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그러나 이는 중소기업 대출이나 자동차 대출처럼 소비자 및 기업이 실제로 빌리는 돈의 금리가 즉각적으로 낮아지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연준이 조정하는 금리는 단기금리로 장기 대출금리에 영향은 줄 수 있지만 시중 금리를 직접 통제하지는 못한다.
온라인금융정보업체 뱅크레잇의 스티븐 케이트스 금융 애널리스트는 “모기지, 자동차 대출, 예금금리가 한 번에 정확히 0.25%포인트씩 똑같이 내려가는 ‘단계적 하락’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리가 얼마나 변동할 지는 현재 대출 종류, 금융상품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
■ 모기지 대출내 집 마련을 고민하는 소비자에게 이번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조치가 될 수 있다. 국영 모기지 보증 기관 프레디맥에 따르면 30년 고정 모기지 이자율은 최근 몇 달 사이 조금 내려 약 6.22%(12월 11일 기준) 수준이지만, 이번 인하로 단기간에 큰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은 낮다.
고정 이자율 모기지는 연준의 단기 정책금리보다 국채 수익률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국채 수익률은 경제 전반에 대한 투자자들의 전망에 따라 움직이는데, 이는 연준의 금리 방향과 반대로 움직일 때도 있다. 실제로 연준이 지난해 말 기준금리를 내렸을 때 국채 수익률과 모기지 이자율은 오히려 상승했는데, 이는 당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미시간대 공공정책 및 경제학과 저스틴 울퍼스 교수는 “은행이 30년 동안 돈을 빌려주려면 앞으로 30년 동안의 경제 흐름에 맞춰 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시장금리를 미리 예측해야 하는데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기준금리 변동과 모기지 이자율과의 상관관계를 설명했다.
이미 고정 이자율로 모기지 대출 계약을 체결한 대출자라면 이번 인하와 무관하다. 주택 시장에서 가장 일반적인 형태인 고정 이자율 모기지는, 대출자가 재융자를 하지 않는 한 30년 혹은 15년 동안 이자율이 변하지 않는다. 올해 들어 고용시장이 위축되고 주택 시장의 수요가 둔화되면서 고정 모기지 이자율은 소폭 하락했다.
반면, 연준의 금리 조정은 단기 대출이나 이자율이 변동되는 ‘변동 이자율 대출’(ARM)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향이 있다. 이런 대출은 연준의 금리 변동에 맞춰 금리가 오르내릴 수 있다.
■ 자동차 대출자동차 대출 금리는 연준의 금리 영향을 일부 받지만, 직접적으로 연동해 변동되는 않는다. 다만 대출 은행은 연준의 향후 정책 전망을 참고해 자동차 대출 금리를 결정하기도 한다.
글로벌 자동차 서비스 및 기술 기업 콕스 오토모티브의 에린 키팅 선임 애널리스트는 “자동차 대출 금리는 평균 6.6% 정도로, 국채 수익률, 대출자의 크레딧 점수, 은행 포트폴리오 내 최근 연체 건수 등 여러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라고 설명했다.
자동차 대출 금리는 모기지보다 연준 금리에 더 민감한 편으로, 단기 대출은 금리 인하를 비교적 빠르게 반영한다. 하지만 자동차 산업의 시장 상황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대출 신청자가 많으면 금리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때가 많다.
자동차 대출 금리가 내려간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키팅 애널리스트는 “최근 자동차 구매자들이 대출 기간을 60개월, 72개월, 심지어 84개월로 늘리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라며 “높은 이자율로 인해 월 페이먼트 금액을 부담 가능한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 크레딧 카드·예금 금리연준의 기준금리 조정은 크레딧 카드나 은행 예금 계좌처럼 단기 금리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연준의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크레딧 카드 부채 금리도 소폭 내려갈 수 있다. 다음 달로 잔액을 이월하는 대출자들에게 이자 부담을 소폭 낮춰주는 효과가 기대된다. 연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크레딧 카드 이용자의 약 절반이 다음 달로 잔액을 이월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크레딧 카드 회사 등 금융사들이 단기 금리 변화를 미리 반영했을 가능성도 있다. 시중 금리 변화는 시장이 연준의 움직임을 예상했을 때 미리 반영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반대로, 고금리 예금 계좌나 ‘양도성 예금 증서’(CD) 등에 적용되는 이자율도 함께 내려갈 수 있다. 이 경우 연간 예금 수익률이 다소 낮아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 기업 대출 금리기업 대출 금리는 여러 경제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데, 연준의 기준금리도 그중 하나다. 기업 대출 금리는 해당 산업의 위험도, 사업 계획, 대출 기업의 신용도 등을 반영해 책정된다.
금리가 낮아지면 기업이 대출을 받는 비용도 줄어들기 때문에, 기업의 사업 확장, 신규 프로젝트 추진, 일자리 창출 등 경제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약화된 고용 시장 역시 장기 기업 대출 금리를 설정할 때 금융사들이 고려하는 요소다.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질수록 대출자가 원금을 상환하지 못할 위험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올해 트럼프 행정부가 연준과 연준 인사들을 공격하고, 독립 기관에 대한 더 많은 통제를 예고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증가했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장기 대출 금리를 높게 유지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연준의 독립성이 훼손돼 시장이 중앙은행의 물가 안정 능력을 신뢰하지 못하게 되면, 투자자들은 그 위험을 보상받기 위해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