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렇게 올랐다고?… ‘신차·중고차’ 가격 사상 최고

2026-03-02 (월) 12:00:00
크게 작게

▶ 5명 중 1명 월 1천달러
▶ 덩달아 느는 대출 연체

▶ 중고차 가격도 버거워
▶ 일부 업체 저가모델 계획

이렇게 올랐다고?… ‘신차·중고차’ 가격 사상 최고

차량 가격이 급등하면서 자동차 대출 규모가 불어나고 상환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월 페이먼트 금액을 낮추기 위해 6~7년, 심지어 그 이상의 장기 대출도 늘어나는 추세다. [로이터]

새 차 구입을 계획 중이라면 놀랄 준비부터 해야겠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의 공급망 사태가 불러온 재고 부족 사태는 대부분 해소됐다. 이제 차량 딜러 매장에는 재고가 쌓여 있고, 소비자들은 원하는 모델과 색상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겉으로 보기엔 자동차 시장의 상황이 정상화된 것 같지만 그 사이 가격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차량 가격이 급등하면서 자동차 대출 규모는 불어났고, 상환 기간도 그에 맞춰 길어지고 있다. 월 페이먼트 금액을 낮추기 위해 6~7년, 심지어 그 이상의 장기 대출도 늘어나는 추세다. 일부 차량 소유자들은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으며 연체와 부실도 증가하고 있다.

▲ 치솟는 신차 가격…월 800달러 시대

현재 미국의 신차 평균 ‘권장소비자가격’(MSRP)은 5만 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2019년보다 약 30%나 높은 수준이다. 인센티브와 할인 혜택을 적용하더라도, 구매자가 지불하는 ‘아웃더도어’(Out-The-Door) 가격은 지난해 9월 처음으로 5만 달러를 넘었고, 1월에도 4만9,191달러로 별 차이가 없다. 차량정보업체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차량 판매가 뜸한 1월 기준으로는 기준으로는 역대 최고 가격이다.


마케팅 정보 서비스 회사 J.D.파워에 따르면 신차 가격 상승으로 인해 신차 평균 월 할부금도 사상 최고치인 800달러를 넘어섰다. 신규 자동차 대출의 약 5건 중 1건은 월 할부금이 1,000달러를 넘었다.

금융 서비스 기업 S&P 글로벌에 따르면 이 비중은 올 연말까지 두 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전국자동차딜러협회(National Automobile Dealers Association·NADA)의 패트릭 맨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자동차 구입비 부담이 대부분 소비자가 감당하기 힘든 한계치에 가까워지고 있다”라고 경고했다.

▲ 중고차 가격도 버거워

자동차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점은 소비자들의 구매 여력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다. 이미 여러 경고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90일 이상 연체로 ‘심각한 연체’로 분류되는 비율은 팬데믹 이후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신차 시장을 지탱해야 할 중고차 시장에서도 평균 가격이 약 2만5,000달러에 달해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안팎에서는 자동차 제조사들이 가격이 보다 저렴한 모델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가격은 치솟아도 아직까지 판매량은 견조하다. 자동차 업체들은 팬데믹 이후 최고의 해를 보내며 지난해 미국에서만 약 1,620만 대를 판매했다. 그러나 올해 판매량은 약 1,600만 대로 소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 소형차 외면 소비자들


저가형 차량이 자동차 시장에서 철수하는 것도 자동차 가격 상승 원인으로 꼽힌다. 2만 달러 미만의 마지막 모델이던 닛산 ‘버사’(Versa) 지난해 12월 생산이 종료됐다. 버사 외에도 최근 몇 년 사이 미쓰비시 미라지, 기아 리오, 현대 액센트, 쉐볼레 스파크 등의 저렴한 소형차들도 미국 시장에서 줄줄이 단종됐다. 자동차 구매 정보업체 에드먼즈의 제시카 칼드웰 연구원은 “미국 소비자들이 더 이상 소형차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은 소형차 대신 값비싼 SUV와 크로스오버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미국 자동차 시장은 승용차와 경트럭(픽업·SUV 등)이 차지하는 비율은 비슷했다. 하지만 지금은 SUV를 포함한 경트럭이 전체 판매량의 약 80%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Honda CR-V 같은 크로스오버 SUV는 전체 판매 차량의 거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다.

6~8년에 한 번꼴로 신차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대부분인데, 몇 년 만에 딜러를 찾았다가 가격표를 보고 충격을 받는 경우가 최근 적지 않다. 신용평가기관 트랜스유니언의 최근 설문조사에서도 조만간 차량 구매를 계획 중인 소비자들은 ‘구매 여력(Affordability)’을 가장 큰 장애물로 꼽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제조사들은 당분간 고급 차량 판매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진이 높은 고급 모델이 꾸준히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 평균 대출 기간 69개월

급등한 자동차 가격을 부담하기 위해 대출 기간이 길어지는 가운데 최근 연체율도 증가하고 있다. J.D.파워에 따르면 자동차 평균 대출 기간은 68.8개월이다. 84개월(7년) 이상 대출 비중은 지난해 약 11.7%로, 2019년의 거의 두 배로 증가했다.

대출 연체도 증가 추세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자료에 따르면, 자동차 대출이 90일 이상 연체된 ‘심각한 연체’ 비율은 지난해 초 8.6%까지 상승했다. 이는 2020년 팬데믹 초기와 2008~2009년 금융위기 이후 수준과 맞먹는 수준으로, 주로 크레딧점수가 낮은 대출자들 사이에서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다. 자동차 시장 전문가들은 연체율 상승은 임금 상승이 자동차 가격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으로 지적하고 있다.

▲ 일부 업체 저가 모델 계획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급등한 자동차 가격에는 아직 관세 영향이 반영되지 않았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관세 비용 상당 부분을 흡수했기 때문인데, 업계에서는 언젠가는 관세 인상분이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미국 완성차 업체들은 저가 모델을 내놓으며 자동차 가격 급등 사태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자동차 전문 매체 카앤드라이버가 ‘최고의 크로스오버 SUV’로 선정한 2026년형 쉐볼레 트랙스의 시작가는 약 2만 1,700달러다. 포드 레인저의 ‘미니 버전으로 불리는 포드 매버릭의 시작가 역시 2만 달러대(약 2만8,145달러)다. 포드 측은 2030년까지 4만 달러 이하 차량 여러 모델을 추가로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혼다 아메리카 역시 현재 가격 전략을 재점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