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연’의 효과… 올바르게 복용하면 감기 기간 줄일 수도

2025-12-15 (월) 12:00:00 By Lindsey B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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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싱턴포스트 특약 건강·의학 리포트
▶ 미네랄 보충제 ‘아연’ 예방 효과는 불확실

▶ 증상 시작 후 사용 시 1~2일 단축 가능성
▶ 과다 땐 위장장애·미각 이상 등 부작용 주의

감기에 걸렸을 때 조금이라도 빨리 낫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같다. 비타민, 민간요법, 코 세척기 등 다양한 감기 완화법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미네랄 보충제 ‘아연(zinc)’은 오랫동안 주목받아 왔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아연은 감기를 예방하거나 완치하는 약은 아니지만, 올바른 방법으로 복용할 경우 감기 증상 기간을 다소 단축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 아연, 감기를 낫게 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연은 감기를 완치하거나 예방하는 수단은 아니다. 그러나 감기에 이미 걸린 상태에서 적절히 사용하면, 통상 7~10일 정도 지속되는 감기 증상을 하루나 이틀 정도 앞당겨 완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코네티컷대 의대 교수이자 미국내과학회(ACP) 이사회 의장인 레베카 앤드루스 박사는 “곧 태어난 손주를 보러 가야 한다든지, 중요한 직장 발표를 앞두고 있다면 아연이 감기 기간을 하루 이틀 정도 줄여줄 수는 있다”며 “다만 증상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과학적 근거는

아연은 사탕형 로젠지, 빠르게 녹는 정제, 비강 스프레이 등 다양한 형태로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아연이 감기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라이노바이러스가 인체 세포에 침투하는 것을 방해할 수 있다는 가설을 제시해 왔다. 라이노바이러스는 전체 감기의 약 50%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뉴욕 웨일 코넬 의대 감염내과장인 로이 굴릭 박사는 “아연은 면역 기능과 감염에 대한 신체 반응을 강화하는 역할도 한다”고 설명했다.

2024년 코크란 리뷰에서는 감기 예방과 치료를 위해 아연을 사용한 34건의 임상시험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아연을 미리 복용했을 때 감기를 예방하거나 감기 횟수를 줄인다는 증거는 거의 없거나 전혀 없다고 결론 내렸다.

반면 이미 감기에 걸린 사람의 경우, 아연을 복용했을 때 위약을 복용한 사람보다 증상 지속 기간이 약 2일 정도 짧아질 수 있다는 일부 근거가 확인됐다. 다만 연구진은 아연 복용과 함께 코와 입의 자극, 미각 이상, 복통, 변비, 설사, 구토 등 경미한 부작용이 동반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 비강 스프레이는 특히 주의

임상시험 외에도 일부 아연 비강 제품을 사용한 사람들 사이에서 후각 상실 사례가 보고됐다. 이에 따라 연방 식품의약국(FDA)은 2009년, 특정 아연 비강 제품과 장기적 또는 영구적인 후각 상실 간의 연관성에 대해 공중보건 경고를 발표한 바 있다.


■ 필수 미네랄… 과하면 독

아연은 인체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지 않으며, 면역 기능, 신진대사, 상처 치유에 필수적인 영양소다. 연방 보건 당국에 따르면 성인 여성은 하루 8mg, 남성은 11mg의 아연을 음식으로 섭취하는 것이 권장된다. 아연이 풍부한 식품으로는 육류, 생선, 굴을 포함한 해산물이 있다.

하지만 감기 치료를 위한 적정 아연 복용량은 아직 명확히 정립되지 않았다. 연구마다 아연의 형태와 용량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수의 감기 관련 연구에서는 하루 80mg 이상의 아연을 사용했으며, 시중의 아연 로젠지는 몇 시간마다 복용하도록 되어 있어 하루 총량이 80mg에 달하는 경우도 많다.

이에 대해 앤드루스 박사는 “하루 50mg을 초과하면 부작용 위험이 높아진다”며 “아연은 감기 예방이 아니라 감기 치료 목적으로만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보충제를 복용하면 식단으로 섭취하는 필요량을 훨씬 넘게 되는데, 이는 위장 장애를 유발해 병원을 찾게 만들 수 있다”며 “실제로는 아연 부작용인데 다른 질환으로 오인돼 불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 복용 전 알아야 할 사항

아연은 일부 약물과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복용 전 의료진과 상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아연을 과다 섭취하면 일부 항암 치료제의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감기 치료 목적으로 아연을 사용하고자 할 경우,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점을 권고한다.

▲예방용으로 사용하지 말 것

아연이 감기를 예방한다는 근거는 거의 없고, 부작용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증상이 있을 때만 사용해야 한다.

▲로젠지 형태를 적당량 사용

대부분의 연구는 아연 로젠지를 중심으로 이뤄졌으며, 이는 복용이 간편하고 감기 증상 중 흔한 인후통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다만 하루 50mg을 넘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특정 음식과 함께 복용 피하기

고섬유질 식품, 콩류와 곡물, 칼슘·철분이 풍부한 음식, 과도한 음주는 아연 흡수를 방해할 수 있다.

▲면역력의 기본은 생활습관

균형 잡힌 식사, 충분한 수분 섭취, 충분한 수면은 감기 예방과 회복에 필수적이다.

■ 결론

아연은 감기를 예방하는 만능 해결책은 아니다. 그러나 감기에 걸린 뒤 적절히 사용하면 감기 기간을 하루나 이틀 정도 단축할 가능성은 있다. 다만 고용량 복용 시 코와 입의 자극, 위장 장애, 미각 이상 등 부작용 위험이 이점보다 클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한다. 전문가 상담과 절제된 사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By Lindsey B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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