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美中, 주요 안보정책 문서에 나란히 한반도 비핵화 삭제

2025-12-06 (토) 09: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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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비핵화 입장 견지하면서도 안보 전략서 생략…우선순위 변화?

▶ 中, 군축백서 등서 언급 줄여…美와 전략경쟁 의식한 북핵 용인?

미국과 중국이 최근 각자 발표한 주요 안보 문서에서 이전과 달리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언급하지 않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북한이 다시 비핵화 협상에 나서도록 유도하는 데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생략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양국의 의지나 태도 변화를 반영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5일 공개한 국가안보전략(NSS)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그리고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발표한 NSS와 달리 한반도 비핵화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NSS는 행정부의 주요 안보 목표와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할 전략의 큰 방향성을 제시하는데, 이번 NSS에서는 북한 자체가 언급되지 않았다.

북한은 중국, 러시아, 이란과 함께 주요 안보 위협으로 늘 거론돼왔다는 점에서 이런 차이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바이든 정부의 2022년 NSS는 "우리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로 가는 가시적인 진전을 만들기 위해 북한과 지속적인 외교를 추구하는 동시에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와 미사일 위협에 맞서 확장억제도 강화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가 2017년에 내놓은 NSS도 "우리는 압도적인 힘으로 북한의 침략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으며, 한반도 비핵화를 강제할 옵션을 향상할 것"이라고 밝혀 북한 비핵화를 과제로 설정했다.

이를 두고 트럼프 행정부에서 한반도 비핵화의 우선순위가 낮아진 게 아니냐는 관측부터, 향후 북한과 대화 재개에 대비해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외교적 유연성 유지일 수 있다는 해석 등이 나오고 있다.

다만 그간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행정부의 대북 정책 목표라는 입장을 확인해왔으며, 지난달 13일 발표한 한미 정상회담 공동 팩트시트에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명시했다.

이번 NSS에는 한반도 비핵화뿐만 아니라 이전 행정부가 꾸준히 목표로 언급해온 핵 비확산이라는 표현 자체가 사라졌다.


NSS에서 설정한 전략적 방향은 이후에 발표할 국방전략(NDS)에서 구체화하는데, 북한의 핵무기가 실질적인 위협이라는 사실이 달라지지 않은 만큼 NDS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발표한 '신시대 중국의 군비 통제, 군축 및 비확산'이라는 제목의 백서에서도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한다'는 문구가 생략됐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6일 보도했다.

2005년 9월에 발표한 이전 백서에 있던 "관련 국가들이 한반도,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중동 등에서 비핵지대를 설립한다는 주장을 지지한다"는 문구가 사라진 것이다.

이번에 발표된 백서는 대신 "중국은 조선반도(한반도) 문제에 대해 공정한 입장과 올바른 방향을 견지하고 항상 한반도의 평화·안정·번영에 힘써왔으며 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과정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은 관련 당사국이 위협과 압박을 중단하고 대화와 협상을 재개해 정치적 해결을 촉진하며 한반도의 장기적 안정과 평화를 실현하는 데 건설적인 역할을 발휘하기를 촉구한다"고 적시했다.

중국은 북미 비핵화 협상이 진행 중이던 2018∼2019년과 비교하면 이번 군축 백서뿐만 아니라 다른 공식 성명과 정책문서에서도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하는 경우가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5월 서울에서 내놓은 한중일 3국 정상회의 공동선언의 경우 이전 정상회의에 거의 매번 포함된 '한반도 비핵화가 목표'라는 문구가 담기지 않았는데, 이는 중국이 반대했기 때문이라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2019년 5차례 회담했을 때는 회담 결과문에 비핵화 관련 내용이 매번 포함됐지만, 두 정상이 지난 9월 만났을 때는 '한반도 비핵화'가 언급되지 않았다.

이런 변화를 두고 중국이 미국과 협력보다는 전략적 경쟁을 우선시함에 따라 '북핵 불용'이라는 기존 입장을 바꿔 북한을 핵무장 국가로 '암묵적으로 용인'해 미국을 견제하려는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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