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상병 특검 150일 수사 결과 발표
▶ ‘사고 최고 책임자’ 임성근 적시한
▶ 조직적 수사 외압 규명 최대 성과
▶ 33명 기소… “실체적 진실 규명”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관련 의혹을 수사해 온 이명현 특별검사가 최종 수사 결과를 28일 발표했다. 특검은 150일 수사를 통해 ‘설(說)’로만 떠돌던 이른바 ‘VIP 격노’와 조직적 수사외압 의혹의 진상을 규명했고,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해병 순직 사고의 최고 책임자로 적시해 구속기소하는 성과를 거뒀다.
다만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수사외압 핵심 피의자들의 구속영장이 줄줄이 기각돼 ‘10전 9패’(구속영장 10건 청구 중 9건 기각)란 오점을 남겼다. 외압의 동기를 밝힐 ‘임성근 구명로비 의혹’을 밝히지 못한 탓에 법정에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유죄 입증이 쉽지 않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이 특검은 이날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최종 브리핑을 열고 “특검 구성원 모두는 한 치 의혹도 남기지 않겠다는 각오로 수사에 임해 주요 수사 대상 사건 대부분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했다”고 자평했다. 이재명 정부 들어 출범한 ‘3대 특검’(김건희·내란·채상병) 중 첫 번째로 수사를 종결한 채상병 특검은 7월 2일 출범 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롯한 33명을 재판에 넘겼다.
특검 출범의 이유였던 ‘수사외압’ 의혹에 대해 이 특검은 “대통령실과 국방부 관계자들이 임성근을 혐의자에서 빼기 위해 조직적 직권남용 범행을 저지른 중대한 권력형 범죄”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2023년 7월 31일 대통령 주재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의 격노가 실재했다는 사실을 규명한 점을 대표적 수사 성과로 꼽았다. 초동수사를 담당한 박정훈 전 해병대수사단장(대령)에 대한 체포·구속 시도 등 보복 조치 역시 대통령 지시에서 비롯된 정황을 포착한 점도 강조했다.
다만 윤 전 대통령의 ‘격노 동기’는 끝내 물음표로 남았다. 특검팀은 ‘개신교계 구명로비 의혹’에 연루된 김장환 극동방송 이사장(목사)과 로비 의혹의 시초격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등 관련자들을 아예 해당 혐의로는 입건조차 못 했다. 법조계에서도 이를 특검 수사의 가장 큰 한계로 꼽는다. 임 전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려 했다는 구명로비 시도를 밝히면 윤 전 대통령의 수사 개입 고의성을 뒷받침하는 핵심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군형법 전문 변호사는 “특검팀이 윤 전 대통령 사법연수원 동기인 고석 변호사 등을 압수수색해 사건 핵심 피의자들과 접촉한 정황을 파악하고도 미제로 남게 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의 행위만으로도 직권남용은 성립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박 대령 변호인단도 입장문을 통해 인정과 아쉬움이 섞인 평가를 내놨다. 변호인단은 “채상병 사망, 수사외압 등에 대해서는 비교적 실체적 진실에 나아간 부분이 있지만 구명로비에 대해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특검 활동 종료가 파렴치범들에 대한 면죄부 선언이 아닌, 기존 수사기관이 실체적 진실에 다가갈 디딤돌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사기간 중 구속영장을 10회 청구했지만, 임 전 사단장을 제외한 9건의 영장이 줄기각된 점도 특검에게는 뼈아프다. 법원은 기각사유를 밝히는 과정에서 이 전 장관을 비롯한 수사외압 핵심 피의자들의 중요 혐의인 직권남용을 두고 “법리적인 면에서 다툴 여지가 있다”고 짚기도 했다. 특검 내부에서도 ‘발생 2년이 지나 긴급 구속의 필요성도 크지 않은데 무리하게 청구했다가 수사 동력만 상실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 특검도 이날 “영장재판부의 과도한 기각은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
나광현·장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