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거대한 나무와 흰 말

2025-11-04 (화) 08:10:22 조성내/시인·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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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동 속이 썩어 비었기에
바람이 드나들고
시간이 그 속을 지나갔다

쓰러지지 않고
하늘을 향해 서 있는
거대한 나무

그 아래
노란 단풍 부서지는 햇살 속
하얀 말 한 마리
가을을 달린다

나무는 침묵으로
흘러간 시간을 기억하고
말은 발굽으로
다가올 시간을 향해 달린다

가을 햇살 속
빈 속을 드나든 바람처럼
우리도 그렇게
시간 속을 스쳐 지나간다

<조성내/시인·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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