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상호관세 위법성 첫 심리
▶ 1·2심서 위법 판결 나왔지만 대법 6대 3으로 보수 우위
▶ 패소해도 합의 무효화 대신 품목관세 등 전략전환 무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비롯해 일본·중국 등과 무역 협상을 타결한 가운데 5일 상호관세의 적법성을 다루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첫 심리에 각국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대법원은 5일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부과한 각종 관세의 적법성 관련 소송에 대한 첫 구두변론을 진행한다. 이 소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올 4월 2일 만성적인 대규모 무역적자를 ‘국가 안보·경제에 대한 큰 위협’으로 규정하고 IEEPA를 근거로 국가별 상호관세를 부과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와인 수입 업체 등 중소기업 5곳이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4월 14일 국제무역법원(USCIT)에 소송을 냈고 같은 달 23일에는 오리건주를 비롯한 12개 주까지 소송에 동참하며 법적 분쟁이 본격화됐다.
1·2심 법원은 상호관세 자체를 위법으로 판단했지만 현재 6대3의 보수 우위 구도를 가진 대법원의 최종 판단은 예측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재판에서는 △IEEPA가 대통령에게 관세 부과 권한을 부여했는지 △무역적자가 ‘국가비상사태’ 요건을 충족하는지 △경제·정치적으로 중대한 사안을 행정부가 단독 결정할 수 있는지 등 ‘중대 문제 원칙(major questions doctrine)’의 적용 여부 등이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패소할 경우 국익이 심각하게 훼손된다”고 주장하며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직접 대법원 변론을 방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외신들은 대법원이 상호관세를 위법으로 판단하더라도 이미 체결된 각국 간 무역 합의가 무효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신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확장법 232조, 무역법 301조·122조, 관세법 338조 등을 근거로 관세전쟁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실제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17일 포고문에 서명한 대로 1일부터 중·대형 트럭과 버스에도 관세 25%, 10%를 각각 부과하기 시작했다. 이는 품목관세여서 이미 무역 합의를 본 일본과 유럽연합(EU)에도 그대로 적용되며 한국의 트랙터 등 역시 부과 대상으로 삼는다. 미국에 수입되는 대형 트럭 가운데 70% 이상은 멕시코산, 약 20%는 캐나다산이다.
상호관세의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예측 불가한 무역정책을 쉬지 않고 내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정상회담이 끝난 지 하루 뒤인 지난달 31일에도 중국 정부가 펜타닐 밀수출 단속을 이행하면 남은 관련 관세 10%까지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부산 미중 정상회담에서 펜타닐 관세를 기존 20%에서 10%로 인하하기로 한 데 그치지 않고 상황에 따라 철폐할 수 있다고 시사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자유무역 옹호’ 광고를 두고 사과한 데 대해서는 “무역 협상을 재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같은 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희토류에 대한 중국의 레버리지(협상 지렛대)는 12∼24개월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미국이 중국의 희토류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시점이 길어야 2년이라는 이야기다.
그는 중국계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미국 내 사업권 인수와 관련해서도 “중국의 승인과 관련한 모든 것이 해결됐고 곧 거래가 성사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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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윤경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