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공운항 차질·공무원 생활고 등 피해 쌓이며 양당 모두 압박
▶ 역대 최장 35일 넘을 듯…4일 지방선거 후 타협 여건 조성 기대

연방의회 의사당 [로이터]
의회가 예산 법안을 처리하지 못해 연방정부가 일부 기능을 중단하는 '셧다운'(일시 업무정지) 사태가 한 달 넘게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항공기 운항과 저소득층 식비 지원 등에 차질이 생기고, 급여를 받지 못한 공무원들이 생계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정치권이 느끼는 압박이 커지고 있지만,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당장은 쉽게 양보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 10월 1일 시작된 정부 셧다운은 1일 기준 32일째 진행되고 있다.
이번 셧다운은 트럼프 집권 1기 때 기록한 역대 최장 셧다운 기간인 35일을 넘을 가능성이 크다.
셧다운이 끝나지 않는 이유는 지난 10월 1일 시작된 2026회계연도 정부 운영에 필요한 예산안 처리에 의회가 합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핵심 쟁점은 공공의료보험인 '오바마 케어' 보조금의 연장 여부다.
공화당은 예산 규모를 전년도 수준으로 유지하는 '클린'(clean) 임시예산안을 처리해 일단 정부 운영을 정상화한 뒤 쟁점 현안을 협상하고 주장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임시예산안에 '오바마 케어' 보조금 연장을 넣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대치 국면을 이어가면서 셧다운에 따른 사회·경제적 피해가 최근 더 두드러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셧다운 시작 이후 연방 공무원 210만 명 중 75만 명 이상이 무급 휴직 처리됐으며, 수십만 명은 필수 인력으로 분류돼 무급으로 일하고 있다.
공무원들이 한 달 동안 급여를 받지 못하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셧다운을 신속히 끝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무급으로 일하는 공무원에는 1만3천 명에 육박하는 항공관제사도 포함되는데 이들은 엄청난 스트레스와 피로로 지친 상태라고 연방항공청(FAA)이 전날 성명을 통해 밝혔다.
FAA에 따르면 현재 30개 핵심 시설이 인력 부족을 경험하고 있으며 뉴욕 지역 공항에서는 관제사 거의 80%가 부재한 상태다.
관제사 부재에 따른 항공 운항 차질은 2019년 셧다운의 종료를 앞당긴 주요 원인이었다고 폴리티코는 보도했다.
저소득층 4천200만 명이 의존하는 영양보충지원프로그램(SNAP)의 식비 지원도 불투명해졌다.
SNAP 프로그램은 당장 이날부터 재원 고갈로 중단될 예정이었지만, 전날 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에 예비 자금을 활용해 식비 지원을 계속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부가 SNAP 자금을 합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법원이 먼저 제시해야 한다면서 법원의 지침을 기다리는 동안 식비 지원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이날부터 '오바마 케어' 가입 신청이 시작되면서 보조금 지원이 끊긴 가입자들이 크게 인상된 보험료를 체감할 전망이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이런 상황을 자당에 유리하게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교착 상태가 계속되면서 양당 모두에 압력이 쌓이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평가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행정부가 초기에는 민주당이 쉽게 굴복하고 셧다운이 금방 끝날 것으로 오판했다면서 셧다운이 길어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기자들에게 "민주당은 미친 정신병자들이 됐다"면서 "모든 게 민주당의 잘못이다. 셧다운은 참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과거에는 의회가 타협점을 찾지 못하는 경우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를 백악관으로 불러 함께 머리를 맞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럴 계획이 없다고 폴리티코는 보도했다.
현재 여론은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을 더 탓하는 분위기다.
워싱턴포스트(WP)·ABC뉴스·입소스가 지난달 30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5%가 셧다운의 주된 책임이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 있다고 했으며, 33%는 민주당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셧다운의 여파가 커지면서 양당 의원들 모두 사석에서는 앞으로 1∼2주 내로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상황이 더 심각해진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013년 공화당이 '오바마 케어' 폐지를 요구하며 예산안 처리를 거부해 16일간 셧다운을 이어가고서도 실패한 전례가 있다면서 "셧다운 정치를 통해 정책 변화를 강제하려는 시도는 과거에 소득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내주 예정된 지방선거가 셧다운 돌파구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오는 4일에는 버지니아주와 뉴저지주의 주지사 선거 등이 치러지는 데 현재 민주당이 유리한 형국이다.
지금까지는 민주당이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강경 태세를 고수할 수밖에 없지만 선거가 끝나면 타협할 여지가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NYT는 민주당이 선거에서 이기면 셧다운 승리를 주장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으며 CNN은 선거가 끝난 이후에는 민주당이 투표율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 양보할 것으로 공화당 지도부가 확신한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