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도 전과 있는 30대 남성들…해외 도주하려다 붙잡혀
▶ 범행 현장서 발견된 헬멧·장갑·조끼·절단기 등서 DNA·지문 확보
▶ 박물관 내부자 범인들과 공모 의혹… “보안 정보 전달”

도둑들이 드나든 루브르 박물관 창문 [로이터]
지난 19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침입해 왕실 보석류를 훔친 용의자 중 2명이 체포됐다.
프랑스 일간 르파리지앵에 따르면 수사 당국은 25일 밤 용의자 2명을 조직적 절도 및 범죄조직 결성 혐의로 체포해 구금했다. 사건 발생 6일 만이다.
수사 당국은 용의자 중 한 명이 알제리로 도주하려 한다는 첩보를 입수한 후 심야에 긴급 작전을 펼쳤다. 이 남성은 밤 10시께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서 체포됐다.
수사 당국은 파리 북쪽 외곽 센생드니에서 또 다른 용의자 한 명을 체포했다. 이 남성 역시 아프리카 말리로 도주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두 남성 모두 센생드니 출신의 30대로 한 명은 프랑스 국적자, 다른 한 명은 프랑스-알제리 이중 국적자로 파악됐다.
이들 모두 절도 전과가 있으며, 누군가의 지시를 받고 범행한 것으로 당국은 의심하고 있다.
로르 베퀴오 파리 검찰청장은 언론 보도 후 보도자료를 내 "수사관들이 25일 저녁 체포 작전을 수행했음을 확인한다"며 "체포된 남성 중 한 명은 루아시(샤를드골) 공항에서 출국하려던 참이었다"고 밝혔다.
베퀴오 청장은 구체적인 체포 인원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는 "수사 진행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이 정보를 서둘러 공개한 관계자들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는 약탈당한 보석들과 모든 범죄자 검거를 위해 투입된 100여명 수사관의 노력에 방해가 될 뿐"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아직은 어떤 세부 사항도 밝히기엔 시기상조"라며 추후 "추가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절도범들은 지난 19일 오전 루브르 박물관 내 왕실 보석 전시관인 아폴론 갤러리에 침입해 7분 만에 보석 8점을 훔쳐 달아났다. 도난당한 보석들의 가치는 약 1천499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외부 감시 카메라가 없는 갤러리 외부 벽에 사다리차를 대고 갤러리가 위치한 2층에 접근한 뒤 유리창을 깨고 내부로 침입했다.
절도범들은 범행 후 도주하는 과정에서 여러 증거를 남겼다. 전문 절단기 2대, 절단용 토치, 노란색 조끼, 장갑, 헬멧, 무전기 등을 버렸으며 이 물품들에서 증거 채취가 이뤄졌다. 절도범들은 급하게 도망치느라 나폴레옹 3세 황제의 부인 외제니 황후의 왕관도 떨어뜨리고 갔다.
수사 당국은 이들 물건에서 DNA, 지문 등 150건 이상의 증거물을 채취했고 이를 바탕으로 절도범들의 신원을 추적해 왔다.
25일 체포한 용의자 중 한 명도 DNA 증거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인들의 도주 경로상에 설치된 각종 폐쇄회로(CC) TV 영상도 이들을 추적하는 데 도움이 됐다.
수사 당국은 박물관 내부 직원이 범행에 연루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익명의 수사 관계자는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박물관 보안 요원 중 한 명과 도둑들이 공모했다는 걸 보여주는 디지털 포렌식 증거가 있다"며 "보안에 관한 민감한 정보가 전달됐고 이것이 그들이 보안 허점을 알게 된 경로"라고 설명했다.
관련 증거에는 녹음 파일과 메시지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수사 당국은 최대 96시간인 구금 시한 내에 용의자들을 설득·압박해 공범자들의 신원과 그들이 훔친 보석들의 소재를 확인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