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우크라戰 계기 북중러 연대 강화…한미, 전략 조정해야”
▶ “美, 北비핵화에 현실적 접근할지가 관건…미러 회담 때 北문제 다뤄져야”
북한이 러시아·중국과의 연대를 공고히 하고 핵 능력을 고도화하면서 미국과 한국을 상대로 한 협상력이 훨씬 높아진 상태라는 미국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만남이 성사될지에 이목이 쏠리는 가운데, 북미 대화 재개에 대해 막연한 낙관론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제언도 동시에 나왔다.
17일 워싱턴DC 허드슨연구소에서 열린 '북한의 전략은?' 세미나에서 브루스 클링너 맨스필드재단 선임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가 북한의 군수물자에 의존하게 됐다면서 "김정은은 아마도 북한이 역사상 가장 강한 위치에 있다고 여기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식량, 연료, 자금, 군사 기술을 얻고 있고, 최대 교역 파트너인 중국과의 관계도 회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은 이제 더 이상 2018년이나 2019년처럼 미국을 쫓아다니며 이익을 구할 필요가 없다고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미국이나 한국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혜택을, 보다 적은 조건에 러시아로부터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김정은은 지금 가장 유리한 위치에 앉아 있다고 느낄 것"이라며 "그는 미국과 만나기를 서두르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 같은 외교적 성과를 위해 회담을 더 원할 것이라고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
마커스 갈로스카스 애틀랜틱카운슬 인도태평양 안보 담당 국장도 "북한이 수십 년 만에 가장 강한 위치에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며 "지금의 북한은 2019년 하노이 회담 당시보다 훨씬 강력하기 때문에 비이성적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개인적 연대를 주목해야 한다면서 "북·중·러가 어느 때보다 긴밀히 결합해 있다는 현실에 대응하며 우리의 전략을 맞춰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 방문연구원인 이태림 교수는 "향후 북미 대화의 핵심은 '미국이 북한 문제를 얼마나 시급하다고 보는가', '핵을 유지하려는 북한의 강한 의지를 고려해 미국이 비핵화보다는 군비 통제 등 현실적인 접근을 시작할 준비가 돼 있는가' 등 2가지"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과의 경제 협력을 확대하면서 북한 비핵화 가능성은 한층 더 멀어졌다"며 "이제는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필요를 느끼지 않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은 "우리는 핵무장을 이룬 북한과 어떻게 공존할지 학습해야 한다"며 "김정은 같은 상대가 협상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게 만들려면, 강력한 군사 대비 태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앞서 예고한 미러 정상회담이 이뤄질 경우 북한 문제가 의제에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교수는 러시아가 트럼프 대통령과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 러시아의 지원을 요청한다면 러시아가 긍정적으로 답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미국이 북한 등 외부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선 동맹국과의 결속이 중요한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이를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관세 정책이 동맹국과의 관계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특히 한국처럼 이미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나라들은 '미국이 뭘 하는 거지? 왜 우리에게 경제적으로 벌을 주는가?'라고 여긴다"라고 말했다.
이어 "동맹국들이 미국의 투자 요구와 징벌적 관세 부과, 추가적인 안보 부담 요구를 받으면서 미국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있는 경제·안보 파트너로 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