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젠 가치 기준으로 대학 고른다… 명문대보다 ‘가치관 일치’

2025-10-13 (월) 12:00:00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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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앙 친화적 캠퍼스 환경
▶ 표현의 자유 보장 대학

▶ 남부 대학, 학비↓·취업↑
▶ 해외 연계 프로그램 중시

이젠 가치 기준으로 대학 고른다… 명문대보다 ‘가치관 일치’

대학 선택 기준이 순위, 명성, 투자 대비 수익률 중심에서 ‘가치관의 일치’라는 새 기준으로 바뀌는 추세다. [로이터]

2025학년도 대학 입시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학부모들과 수험생들 사이에서 대학 선택 기준이 바뀌고 있다. 전통적으로 대학 순위와 명성, ‘투자 대비 수익률’(ROI)을 중심으로 결정해왔던 입시 전략이 최근 ‘가치관의 일치’라는 새로운 기준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포브스에 따르면 최근 대학 입시 현장에서 주목받는 7가지 가치는 ‘신앙’(Faith),‘적합성’(Fit),‘재정’(Finances), ‘정서적 웰빙’(Well-being) 등으로 단순히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대학’을 찾는 데 노력하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늘고 있다.

■ 남부 대학 인기…학비 낮고 취업 전망 밝아

최근 대학 입시 현장에서 ‘클렘슨대학교’(Clemson University), ‘조지아대학교’(University of Georgia), ‘플로리다대학교’(University of Florida), ‘텍사스 크리스천대학교’(Texas Christian University) 등 남부 지역 주요 대학들이 기록적인 지원자 수를 끌어모으며 주목받고 있다.


특히 주 내 학생들뿐 아니라 동부 및 서부 지역의 수험생까지 대거 몰리면서 ‘남부 대학 선호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들 대학의 인기 요인으로는 상대적으로 낮은 등록금, 간편한 지원 절차, 활기찬 대학 스포츠 문화, 지역 내 밝은 고용시장 전망 등이 꼽힌다. 기후 및 생활비 등 지역적 요인뿐만 아니라, 남부 대학들이 전국적으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남부 대학들이 인기를 끄는 또 다른 요인으로는 학문적으로도 엄격하면서, 동시에 정서적으로도 긍정적인 대학 생활을 제공하는 것으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타 지역 대학의 과잉 경쟁 중심의 입시 문화에 대한 돌파구로 남부 대학을 찾는 수험생이 늘고 있다.

■ 신앙 친화적 캠퍼스 환경

올해 대학 입시에서 ‘신앙을 존중하는 대학’을 찾는 흐름이 주목받고 있다. 학문적 수준이나 학교 명성뿐만 아니라, 개인의 종교적 정체성이 존중받을 수 있는 환경인지 여부가 대학 선택의 중요한 기준으로 고려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가톨릭 가정은 보통 ‘전인적 교육’(Holistic Education), ‘봉사’, ‘성찰’ 등을 중시하는 ‘예수회’(Jesuit)의 교육철학에 공감하며, ‘보스턴칼리지’(Boston College), ‘조지타운대학교’(Georgetown University), ‘포드햄대학교’(Fordham University)와 같은 예수회 계열 대학에 높은 관심을 보인다.

유대인 가정은 캠퍼스 내 유대인 학생 조직인 ‘힐렐’(Hillel)이나 ‘하바드’(Chabad) 프로그램의 규모와 활발성, ‘코셔’(Kosher) 식단 제공 여부, 반유대주의 확산에 대한 대학 측의 대응 수준을 꼼꼼히 따지는 추세다.

■ 표현의 자유 보장 대학


정치적 갈등이 격화된 미국 사회 분위기 속에서, 대학이 표현의 자유와 시위에 어떻게 대응하는가가 학부모와 학생들의 대학 선택에 중요한 잣대로 떠올랐다. 어떤 대학은 국내외 주요 사건에 대해 공개 성명을 즉각 발표하는 반면, 일부는 ‘제도적 자제’(Institutional Restraint)를 앞세워 다소 절제된 입장을 유지한다.

이처럼 대학마다 서로 다른 정치적 견해를 보이면서 “우리 자녀의 목소리가 캠퍼스에서 보호받을 수 있을까?” 또는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을까?”란 의문을 품게 된 학부모가 늘고 있다. 이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은 캠퍼스 문화 속에서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학생 클럽이나 ‘정체성 기반 모임’(Affinity Group)이 자유롭게 조직되고 활동할 수 있는지, 논란이 있는 외부 연사들이 방해 없이 초청돼 강연할 수 있는지 등이 주요 지표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이러한 요소들이 대학이 실질적으로 가족의 가치관과 일치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결정적 기준이다.

■ 정신건강 지원 프로그램

전국적으로 10대 청소년들의 불안과 우울이 역대 최고 수준에 이르고 있는 가운데, 대학 입시를 앞둔 학부모들이 대학의 정신건강 지원 시스템을 주의 깊게 살피고 있다. 상담 서비스와 웰니스 프로그램, 캠퍼스 전반의 정서적 분위기 등이 대학 명성이나 학업 수준 못지않은 결정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부모들이 청소년 정신건강 위기를 예전보다 훨씬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이를 자녀 양육과 진로 선택에 적극 반영하고 있는 분위기도 대학의 정신건강 지원 시스템이 중시되는 이유다. 대학 입시 전문가들에 따르면 학업과 성취에 대한 압박 등 자녀가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스트레스 요인에 최근 부모들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실제로 대학의 홈페이지에서 정신건강 관련 정보와 상담 서비스 사용 방법, 대학 커뮤니티 차원의 정서적 지원 등의 정보를 확인하는 학부모와 수험생이 늘고 있다.

■ 가성비 대학

학자금 부채가 10만 달러가 넘는 사례가 흔해지면서, 대학 진학 전략에도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일부 사립대 등록금이 연간 10만 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단순한 합격 여부보다 ‘투자 대비 수익률’(ROI)이 여전히 대학 선택의 중요한 기준으로 고려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중산층뿐 아니라 고소득층 가정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프린스턴대학교’(Princeton University), ‘라이스대학교’(Rice University) 등 일부 명문대학은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해 파격적인 재정지원 정책을 내세우며 우수한 학생 유치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립 플래그십 대학’(Public Flagship), ‘우수학생 대상 명예 프로그램’(Honors Colleges), 전문성 높은 특화 학과 선택을 통해 졸업 후 수익 가능성과 학비 부담 간의 균형을 꼼꼼히 살피는 수험생도 많다. 과거에는 “이 대학에 들어갈 수 있을까?”가 중요한 고려 사항이었다면, 이제는 “이 대학이 장기적으로 경제적 가치가 있는 선택인가?”라는 현실적인 고민이 우선시되고 있다.

■ 해외 연계 프로그램 중시

글로벌 감각을 중시하는 학부모들과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해외 교류 프로그램과 국제적 커리큘럼이 대학 선택의 주요 기준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대학으로 ‘뉴욕대학교’(New York University), ‘조지타운대학교’(Georgetown University), ‘캐나다 맥길대학교’(McGill University) 등은 다양한 나라에 캠퍼스를 운영하거나, 해외 유학 프로그램이 활성화돼 있는 대학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학부모와 수험생들은 대학이 어떻게 기후변화, 이주, 외교, 인권 등 글로벌 현안들을 커리큘럼에 통합하고 있는지도 꼼꼼히 살피는 추세다. 국제 문제에 대한 이해와 실질적 대응 역량을 길러주는 ‘글로벌 리더 양성 대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 대규모 대학 vs. 소규모 대학…‘캠퍼스 규모’

학부모들이 대학을 고를 때 학교 규모도 ‘가치 선택’ 기준에 포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소규모 리버럴 아츠 칼리지인 ‘앰허스트대’(Amherst College), ‘스와스모어대’(Swarthmore College)처럼 학부생 수가 2,000명도 채 되지 않는 캠퍼스에서 교수진과 깊이 있는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중시할 것인가, 아니면 5만 명 이상의 학생이 재학하는 대형 주립대학의 다양성과 기회를 선택할 것인가 등을 놓고 고민하는 학부모가 많아진 것이다. 이 같은 선택은 학부모들이 자녀에게 어떤 환경을 제공하고 싶은지에 대한 가치관이 깊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 가치 기반 대학 선택 5단계

부모가 ‘놓칠까 봐’ ‘뒤처질까 봐’ 하는 불안에 휩싸여 결정할 때, 자녀와 맞지 않는 대학을 선택할 위험이 크다. 부모의 불안이 대학 결정 과정에 개입하면 자녀의 감정에 덜 민감해지기 쉽다. 이로 인해 자녀들은 부모의 불안을 내면화하고 따라 하게 된다.

반면 부모가 가치관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보여주면 자녀의 내적 갈등이 줄고 자신에게 맞는 대학을 선택할 수 있다. 가치관 중심의 대학 선택은 ‘어떤 학교가 우리 가족과 잘 맞고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를 반영하는가’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가치 기반 대학 선택 5단계는 다음과 같다.

▲가족의 핵심 가치 정의하기: 호기심, 야망, 균형, 독립, 봉사 등 다양한 목록에서 시작해 3~5가지 필수 가치를 추려낸다. ▲딜레마를 명확히 하기: 결정해야 할 문제를 구체화한다. 예를 들어, 명문대의 ‘화려함’과 중간 규모 대학의 ‘협력적 분위기’ 중 무엇을 택할지, 또는 신앙 중심 대학과 일반 대학 중 어느 쪽을 선택할지 고민한다.

▲불안 요소 구분하기: 가치와 걱정을 분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불안을 글로 적어보면 불안감의 힘이 약해진다. ▲가치를 적용해 선택 걸러내기: 가족의 가치로 각 선택지를 평가한다. 재정적 안정이 중요하다면 대출을 신청할 것인지, 소속감을 중요시한다면 어느 캠퍼스가 공동체 의식을 잘 보여주는지 등을 따져본다. ▲완벽하지 않아도 결단하기: 완벽한 선택은 없다. 어떤 결정이든 가치관에 부합한다면 그 선택은 장기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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