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지 검찰, ‘부패 혐의’ 볼루아르테 前대통령 출국금지 청구

대통령궁 도착한 호세 헤리 페루 신임 대통령(가운데)[로이터]
호세 헤리(38) 페루 신임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취임했다.
국회에서 전광석화 속도로 디나 볼루아르테(63) 전 대통령을 탄핵하면서, 대통령직 승계 서열에 따라 국회의장이었던 그가 페루 국정을 책임지게 됐다.
헤리 신임 대통령은 이날 새벽 수도 리마에 있는 국회의사당에서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하고 새 정부 출범을 알렸다.
변호사 출신인 헤리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들의 염원인 범죄 퇴치를 위해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할 것"이라며 "주적은 거리에서 활동하는 범죄 집단이며, 우리는 그들에게 전쟁을 선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페루 새 대통령은 또 내년 4월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를 공정하게 치를 수 있게 하겠다고 부연했다.
국정 수행 과정에서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차기 대통령 임기는 내년 7월부터 5년이다.
앞서 페루 국회는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으로 이어진 본회의에서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했다.
페루에서는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심판을 하는 한국 등과 다르게 국회에서의 의결만으로 곧바로 대통령이 탄핵당할 수 있다.
현지 TV RPP뉴스와 일간 엘코메르시오 등 현지 언론조차 "예상치 못하게 빠른 절차 진행"이라고 평가한 입법부의 이번 결정으로 '페루 첫 여성 국가수반'인 볼루아르테 전 대통령은 불명예스럽게 직을 잃었다.
2년여 전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강경 진압 지시 의혹과 이른바 '롤렉스 스캔들'로 알려진 금품수수 혐의 등 볼루아르테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하는 검찰의 사건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페루 검찰청은 이날 법원에 볼루아르테 전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 명령을 청구했다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급여 2배 셀프 인상' 등으로 최근 2%대까지 지지율 하락을 경험했던 볼루아르테 전 대통령은 지난 8월 "대통령의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는 대통령 임기 종료 후 진행할 수 있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기대 잠시 '사법 리스크'를 벗을 수 있었으나, 급변한 신분에 따라 사실상 검찰의 칼끝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페루 현대 정치사에 드리운 대통령 탄핵·하야 연대기에도 오욕의 한 페이지가 더해졌다.
페루에서는 지난 7년새 7명의 대통령이 바뀌었다.
볼루아르테 전 대통령 역시 2022년 12월 페드로 카스티요(55)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당시 부통령으로서 대통령직을 이어받은 바 있다.
카스티요 전 대통령은 알레한드로 톨레도(79)·오얀타 우말라(63) 전 대통령과 함께 바르바디요 교도소에서 나란히 수감 생활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