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28일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 조건으로 제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말 열리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서 자신이 주재하는 태국-캄보디아 평화협정 서명 행사를 마련하라고 아세안 측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노벨평화상 수상에 집념을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피스메이커'로서 자신의 위상을 국제적으로 과시하기 위해 이런 이벤트를 만들려는 것으로 보인다.
8일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백악관은 오는 26∼28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태국-캄보디아 평화협정 서명식을 주재하는 것을 정상회의 참석 조건으로 제시했다고 익명의 소식통 3명이 전했다.
백악관은 또 서명식에 중국 정부 관리들이 참석하지 못하게 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의와 별도로 평화협정 서명식 개최를 요구했다고 외교 당국자·말레이시아 정부 관계자 등 소식통 4명을 인용, 보도했다.
아세안 측과 가까운 한 소식통은 "그것(평화협정 서명식)이 트럼프 대통령이 쿠알라룸푸르를 방문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SCMP에 말했다.
서명식이 성사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하순 닷새 동안 43명의 사망자를 낳은 두 나라 무력 충돌을 끝내는 데 자신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주장을 국제적으로 홍보할 기회를 갖게 된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태국·캄보디아에 대해 무역 협상 중단을 지렛대로 휴전을 압박했다.
캄보디아 정부도 지난 8월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로 휴전이 성사됐다면서 그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
하지만 태국-캄보디아는 아세안 의장국 말레이시아가 주도한 중재로 7월 말 휴전한 데 이어 8월 초순 휴전 지속 합의 내용을 담은 의사록에 서명한 바 있다.
이미 사실상 휴전협정이 체결된 마당에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인공인 '사진 찍기'용 행사를 다시 하자고 요구하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한 미국 측 소식통은 "(관련)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말레이시아 정부는 어려운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또 한 아세안 측 소식통은 "(서명식이) 잠재적으로 성사될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면서 "태국이 동의할 수 있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보도에 대해 한 백악관 고위 관리는 "대통령이 평화협정 협상을 하고 있다"면서도 "이는 정상회의 참석 조건으로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태국-캄보디아 평화협정 서명식은 오는 10일 발표 예정인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 선정에는 영향이 없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들어 전 세계에서 7개 전쟁이 자신의 평화 중재로 종식됐다고 주장하면서 노벨평화상 수상 의지를 거듭 피력해왔다.
지난달 30일 전군 지휘관 회의 연설에선 자신의 노벨평화상 수상 가능성과 관련, "그들은 아무것도 안 한 사람에게 그것을 줄 것"이라며 "그것은 우리나라에 큰 모욕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나라(미국)가 (노벨평화상을) 받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노벨평화상을 시상하는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지난달 중순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과 관련해 "(수상자 선정) 논의에서 그런 것에 휘둘릴 일은 정말 없다"면서 "위원회는 개별 후보를 각자 자질에 따라 검토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