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통관제사 ‘인력부족’ 심화
▶ 전국 공항서 동시다발 연착
▶ 임시예산안 표결 또 실패
▶ 뉴섬 “트럼프정부 탓” 비난

연방정부 셧다운 여파로 지난 6일 관제사 부족 사태를 겪은 버뱅크 공항. [로이터]
연방 정부의 셧다운이 2주차를 맞이하면서 항공운항 현장 곳곳에서 파열음이 번지고 있다.
7일 LA 타임스 등에 따르면 LA 인근 할리웃 버뱅크 공항은 전날 오후 4시15분부터 오후 10시까지 관제탑 인력 부족으로 항공 교통관제사가 없었으며, 이로 인해 여러 항공편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지연됐다.
당시 이륙을 준비하던 한 조종사가 평소처럼 버뱅크 공항 관제탑에 무전으로 교신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관제탑은 인력 부족으로 폐쇄됐다”였다. 때문에 조종사들은 통상적인 이륙 허가 절차 대신 소규모 비행장에서 사용하는 ‘자체 협의’ 방식으로 출발해야 했다. 이륙은 가능했지만, 정규 관제 시스템이 마비된 채 운항이 이뤄진 것이다.
개빈 뉴섬 주지사는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한다”며 “오늘 오후 4시15분부터 10시까지 버뱅크 공항의 항공 교통 관제사가 한명도 없었다. 여러분의 정부 폐쇄 때문”이라고 트럼프 행정부에 연방정부 셧다운의 책임 있다고 비난했다.
연방항공청(FAA) 소속 관제사들은 ‘필수 인력’으로 분류돼 셧다운 기간에도 업무를 이어가야 한다. 그러나 급여는 지급되지 않는다. 션 더피 연방 교통부 장관은 “관제사들이 우리 영공을 지휘하면서도 머릿속으로는 ‘어떻게 집 대출을 갚고 차 할부를 내야 할까’를 고민하고 있다”며 “업무 스트레스가 극도로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주 들어 결근이나 병가를 내는 관제사가 크게 늘면서 12개 FAA 시설에서 인력 부족이 보고됐다.
항공 이륙이 지연된 곳은 버뱅크 공항뿐만이 아니다. 항공편 데이터에 따르면 전날 뉴왁, 피닉스, 덴버, 라스베가스 등 여러 공항에서 인력 문제로 항공편이 영향을 받아 40분에서 60분까지 지연됐다. FAA 노조인 전미항공관제사협회(NATCA)는 성명을 통해 “전국적으로 완전 자격을 갖춘 관제사는 1만1,000명에 불과하다”며 “많은 이들이 주 6일, 하루 10시간 이상 무급으로 일하며 수백만 명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셧다운이 길어질수록 이 같은 돌발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8~2019년 이어진 35일간의 셧다운 당시에도 단 10명의 관제사가 병가나 결근으로 집에 머무르자 동부 전역의 항공망이 마비됐고, 결국 사태 수습을 위해 정부가 셧다운을 종료한 전례가 있다. 법적으로 관제사들의 파업은 금지돼 있지만, 최소 인원만 결근해도 전국 항공 시스템이 흔들릴 만큼 인력 여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여기에 소도시 항공편에 대한 연방 지원금(Essential Air Service)도 이번 주말로 중단될 예정이다. 이 제도는 항공사가 수익성이 낮은 지역에도 노선을 유지하도록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알래스카처럼 도로망이 취약한 지역은 사실상 항공에 생존을 의존하기 때문에, 지원 중단은 지역사회 고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알래스카항공과 스카이웨스트항공 등은 당분간 자체 운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지만, 장기화될 경우 중단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한편 연방 상원은 셧다운 엿새째인 지난 6일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각 발의한 임시 예산안(CR)을 상정·표결했지만, 가결을 위한 최소 득표(60표)에 실패했다. 연방 직원의 약 40%, 즉 약 75만 명이 정부 폐쇄 기간 동안 무급 휴직을 할 것으로 예상되며, 필수 정부 직원들은 급여를 받지 못한 채 계속 근무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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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