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자역학 거시적 효과 발견…양자 컴퓨터·암호·센서 등 기반
▶ 영국 존 클라크·프랑스 미셸 드보레·미국 존 마티니스
▶ 클라크 “어떤 면에선 양자 컴퓨팅 기반…어디 들어맞는지 불확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들. 왼쪽부터 존 클라크(영국) UC 버클리 교수, 미셸 드보레(프랑스) 예일대 교수, 존 마티니스(미국) UC 샌타바버라 교수[로이터]
2025년 노벨물리학상은 거시 규모에서 나타나는 양자역학적 효과를 연구한 공로로 존 클라크, 미셸 드보레, 존 마티니스 등 3인에게 돌아갔다.
이들은 원자 수준의 미시 규모에서 적용되는 양자역학의 효과가 미시 세계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전기회로 등 거시적 규모에서도 드러나는 것을 연구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거시적 양자역학적 터널링과 전기회로에서의 에너지 양자화의 발견"의 공로를 인정해 이들에게 노벨 물리학상을 수여한다고 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올해 수상자들의 재직 기관은 모두 미국 대학들이다.
클라크 교수는 현재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 버클리)에, 드보레 교수는 예일대와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UC 샌타바버라)에, 마티니스 교수는 UC 샌타바버라에 각각 재직중이다.
클라크는 1942년 영국 케임브리지에서, 드보레는 1953년 프랑스 파리에서 각각 태어났으며 마티니스는 1958년생이다.
노벨위원회는 이날 발표를 시작하면서 이들의 업적을 '새로운 규모에서 양자역학을 접하도록 한 연구'라고 요약했다.
위원회는 "물리학의 주요 질문 중 하나는 양자역학적 효과를 보여줄 수 있는 시스템의 최대 크기"라며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들은 전기 회로로 실험을 해서 '양자역학적 터널링'과 '양자화된 에너지 준위', 양쪽 모두를 손에 쥘 수 있을 정도로 큰 시스템에서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양자역학적 효과는 원자나 전자 등 미시 규모에서는 잘 드러나지만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거시 규모에서는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들은 '양자 터널링'이나 '에너지 양자화' 등 양자역학으로만 규명되는 효과가 미시적 차원뿐만 아니라 거시적 차원에서도 구체적으로 드러난다는 점을 초전도체로 만들어진 전기회로가 설치된 칩을 이용해 보여줬다.
올해 수상자들의 실험은 1984년과 1985년에 이뤄졌다고 위원회는 밝혔다.
위원회는 "올해 노벨물리학상은 다음 세대의 양자 기술을 개발하는 데 기회를 제공해 줬다"며 양자 암호, 양자 컴퓨터, 양자 센서 등을 차세대 양자 기술의 예로 들었다.
올레 에릭손 노벨물리학위원회 위원장은 "(나온 지) 한 세기가 된 양자역학이 계속해서 새로운 놀라움을 주고 있다"며 "또한 엄청나게 유용하기도 하다. 양자역학은 모든 디지털 기술의 기초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올해 수상자 3명의 업적에 대해 미국물리학협회(AIP)의 회원 월간지 '피직스 투데이'의 리처드 피츠제럴드 편집장은 AP통신에 "우리가 볼 수 없고, 만질 수 없고, 느낄 수 없는 그 무엇인가의 스케일을 키워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스케일로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뭔가 다른 것을 할 수 있는 기반으로 삼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지 확대노벨위원회 "원자나 전자 등 미시 입자에서나 발견되고 입증되던 양자현상을 손에 쥘 수 있는 거시 세계에서도 보여준 공로" [로이터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노벨위원회 "원자나 전자 등 미시 입자에서나 발견되고 입증되던 양자현상을 손에 쥘 수 있는 거시 세계에서도 보여준 공로" [로이터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피츠제럴드 편집장은 1990년대에 올해 수상자들과 경쟁 중이던 같은 분야의 연구그룹에서 연구한 경력이 있다.
노벨물리학위원회 위원이며 천체물리학 교수인 마크 피어스는 AP에 "양자컴퓨터는 말하자면 매우 생각하기 쉬운 응용이지만, 예를 들어서 자기장 같은 것을 매우 민감하게 측정하는 양자 센서에 이용될 수도 있고, 또 제3자가 쉽게 도청하지 못하도록 정보를 암호화하는 암호 분야에도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이번 연구의 응용 가능성을 설명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클라크 교수는 이날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발표장에 모인 기자들에게 휴대전화로 "부드럽게 말하자면, 내 인생의 (가장) 놀라운 일이었다"고 말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그는 당시 연구자들이 실험의 물리학적 의미에만 집중했고 실용적 응용의 가능성은 떠올리지 못했다고 설명하면서 "이 발견이 그토록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생각은 (연구 당시에) 우리에게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AP통신에 따르면 그는 "우리의 발견은 어떤 면에서는 양자컴퓨팅의 기반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당장 이것이 어디에 들어맞는지는 내게 아주 확실하지는 않다"면서 "휴대전화가 작동하는 기반에 깔린 이유들 중 하나는 이 모든 것들이 (실제로) 맞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상자들은 상금 1천1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6억4천만원)를 똑같이 나눠서 3분의 1씩 받게 된다.
노벨위원회는 전날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이날 물리학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올해 노벨상 수상자 발표는 8일 화학상, 9일 문학상, 10일 평화상, 13일 경제학상으로 이어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