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 전군 지휘관 불러놓고 72분 연설
▶ 핵무기 업그레이드·군 임금 인상 등 언급
▶ ‘능력주의’ 강조… “싸우고 이기는 기계돼야”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전군 지휘관 회의 연단에서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
국방부가 800여 명에 달하는 전 세계 미군 부대 지휘관과 장성들을 미 본토로 소집해 진행한 ‘전군 지휘관 회의’는 결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전쟁부) 장관의 ‘정신교육’ 자리였다. 30일 버지니아주 콴티코 해병기지에서 오전 8시께부터 열린 행사에서는 헤그세스 장관 45분, 트럼프 대통령 1시간 10여분 등 ‘세계 최강’ 미군을 이끄는 두 사람이 2시간 가까이 역 군 장성을 상대로 생중계 연설을 했다.
이번 행사는 소집 사실이 알려진 이후 그 배경과 목적이 무엇인지에 큰 관심을 모았다. 전 세계 지휘관을 한데 모으면 특정 지역에 긴급·우발 사태가 발생할 경우 곧바로 대응하지 못해 지휘 공백이 생기는 등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헤그세스 장관이나 국방부가 소집 사유를 밝히지 않아 각종 억측이 제기되는 등 군 내부에 혼선과 불안을 키우기도 했다.
이처럼 매우 이례적으로 조직된 이번 행사는 떠들썩하게 시작했지만, 새로운 미국의 글로벌 안보 전략 발표 등 거창한 내용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조 바이든의 전임 민주당 정권이 군 내부에 심어놓은 ‘인종차별 배제’, 성평등 등 이른바 ‘좌파 이념’을 척결하고 진정한 전사 정신을 고취해야 한다는 내용의 ‘기강 잡기’ 성격이 강했다.
먼저 연설을 진행한 헤그세스 장관은 군 내부의 ‘워크’(Woke·정치적으로 깨어있음을 뜻하는 용어로 과도한 정치적 올바름과 진보주의에 대한 비판 내포) 탓에 전투력이 약화됐다면서 더는 이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특히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면서 군인들이 매일 자신의 신체를 단련하고 군인에 어울리는 용모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뚱뚱한 군인을 보는 게 지겹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좌파 이념’ 대신 ‘능력주의’를 강조했다. 그는 “모든 것이 능력에 기반한다. 정치적 이유로 누군가가 여러분의 자리를 차지하게 두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구조는 능력주의 대신 정치적 올바름을 위해 설계됐었다. 그런 식이면 결코 위대해질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체력, 능력, 인격, 강인함에 초점을 다시 맞추고 있다. 미국 군대의 목적은 누구의 감정을 보호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매우 사랑하는 공화국을 지키는 것”이라며 “미국의 자유를 수호하는 데 있어 우리는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을 것이고, 우리는 싸우고 이기는 기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국방부를 전쟁부로 개칭한 것을 두고 “단순한 브랜드 변경을 넘어 우리의 목적과 정체성, 자부심을 역사적으로 재확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장성들을 향해 “나는 여러분과 함께하며 지지한다. 대통령으로서 100% 여러분을 뒷받침하겠다. 우리는 군대를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고, 강인하고, 신속하고, 맹렬하고, 힘있게 만들 것”이라고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울러 핵무기 능력 업그레이드, 2026회계연도 군 예산에 1조 달러 이상 투자 및 최소 19척의 군함 건조, 군인에 대한 3.8% 임금 인상, 신속한 무기 조달을 위한 체계 개선 등 군 자긍심 고취를 위한 언급을 하기도 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정치 유세장에 와 있는 듯한 발언도 빠짐없이 내놓았다. 글로벌 분쟁 해결, 관세 정책, 이란 핵시설 타격, 국경 봉쇄 및 마약 유입 차단, 워싱턴DC를 전례로 한 주요 도시 범죄 척결, 외국의 거액 대미 투자 약속, 가자지구 평화 구상,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방위비 인상 등 집권 2기 행정부 성과를 나열하면서 전임 정부와의 차별화를 부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곳에 있는 여러분과 함께 우리는 ‘본토 수호가 군의 첫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라는 근본 원칙을 되찾았다”며 국경 통제 및 이민자 단속 정책의 당위성도 설명했다.